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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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제 활성화 대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국민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 끼쳐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숙여 사과한 뒤 승용차에 올라탔다.

당시 질문에 대한 답이 출소 11일만에 나왔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바이오 등 주요 계열사는 앞으로 3년간 240조원의 신규 투자를 벌이고, 4만명을 직접고용하겠다고 24일 발표했다.

국가 경제와 백신수급 등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힘써달라는 게 이 부회장에게 맡겨진 임무였다. 삼성의 이번 발표도 이 부회장이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법무부는 그의 가석방을 결정하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을 고려해 이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향후 3년 간 신규투자 240조원 중 180조원을 국내에 집행한다. 이미 지난 3년 간 전체 투자액 180조원 중 130조원을 국내에 쏟아 부었다. 앞으로 벌이는 투자가 더해지면 6년 간 국내에만 310조원이 투입된다. 삼성 관계자는 "투자 확대를 통해 전략사업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과감한 M&A를 통해 기술·시장 리더십 강화에도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취업난을 해결하는 데도 발 벗고 나섰다. 삼성은 당초 3년 간 3만명이었던 고용 계획에서 1만명을 늘렸다. 첨단 인력 위주로 직접고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투자와 생산으로 56만명의 고용을 유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채용제도를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삼성은 정기공채를 유지하기로 했다. 10대 기업중에서는 공채제도를 유지하는 유일한 기업이 됐다. 삼성은 대한민국에서 공채를 처음 시작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청년 소프트웨어 교육과 C랩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청년SW아카데미(SSAFY)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사내벤처 육성을 위한 C랩 인사이드는 삼성전자 내 기존 세트(CE, IM) 부문 외에 DS 부문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외부 스타트업 성장 지원을 위한 C랩 아웃사이드는 초기 스타트업 외에 예비 창업자들에게도 기회를 줄 예정이다.

삼성은 산학협력과 기초과학·원천기술 R&D 지원을 위해 최근 3년간 30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향후 3년간은 3500억원으로 지원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또, 주요 대학 반도체·통신분야에 계약학과와 연합 전공을 신설할 방침이다.

동반성장 전략은 강화됐다. 국내 중소기업의 제조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 '스마트 공장' 프로그램이 다양해진다. 기초 단계 지원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중소기업 제조 역량을 고도화, 내실화하는 데도 도움을 줄 예정이다.

삼성이 이같은 미래준비 방안을 발표한 배경에는 이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를 열고 사회와 함께 하는 기업 역할을 정립하라는 것이 그의 주문이었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부터 찾았다. 주요 경영진의 업무보고를 받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이어 주말에도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포함해 삼성전자 각 사업부문별로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동행'철학이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라며 "기업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다시 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