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계도기간" 中企 주52시간에 대한 정부의 속내
이달 1일부터 상시근로자 수 5~49인 사업장에도 주52시간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2018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도입된 주52시간제의 마지막 단추가 꿰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현장에서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며 계도기간 설정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주52시간 제도가 최초 시행된 지 3년이나 됐고 더 이상의 계도기간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장의 요구를 단호하게 일축했습니다.

정부의 강행 방침에 뿌리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현장에서는 정부가 사정이 나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도 부여했던 계도기간을 영세기업에만 적용해주지 않는 역차별을 가했고, 나아가 "연장근로가 문제가 아니라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주52시간제를 위반해 2년이하 징역을 살던지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더라도 다른 방법이 없다는 하소연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7월 이후 50인 미만 영세기업에 대한 주52시간제 감독 행정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정부가 제도 시행을 보름 가량 앞둔 지난달 16일 내놓은 브리핑 자료를 보면 대략적인 예측이 가능해보입니다. 정부는 당시 14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발표하면서 거의 대부분 분량을 현장 지원책으로 채웠습니다. 요약해보면 △2020년 1월에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했고 △올해 4월에는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확대 등 유연근로제도 개편했으며 △일대일 컨설팅 제공, 근로시간 조기단축 기업에 인건비 지원, 정책금융 등 행·재정적 지원 확대 등입니다.

또 현장 안착방안으로 크게 4가지를 정리해 현행 근로시간을 유지할 수 있는 팁도 안내했습니다. △성수기·비수기나 계절에 따른 업무량 변동이 어느 정도 예측하면 탄력근로제를 최대 6개월까지 쓸 수 있고 △실물 제품은 물론 게임·SW 개발업무에 대해서는 3개월 단위의 선택근로제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지난해 특별연장근로 사유가 확대돼 재난·재해 상황이 아니라도 시설 고장 등 돌발상황이나 업무량이 갑자기 늘면 특별연장근로로 대응하라고도 했습니다. 나아가 △5~49인 사업장의 95%를 차지하는 5~29인 사업장은 2022년말까지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면 주당 최대 60시간까지도 근로가 가능하다는 설명도 붙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는 이런 제도의 내용이나 활용법을 잘 모르실 수 있으니 전국 48개 지방관서에 구성된 노동시간단축 현장지원단을 최대한 가동해 안내하겠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담았습니다.

특이할 점은 제도 시행을 코앞에 두고 내놓은 브리핑에서 '단속' '감독' 등의 단어는 일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주52시간제의 적기 시행과 적극적인 단속을 주장을 요구하는 노동계를 의식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실제 주52시간제 위반이 적발되더라도 즉시 처벌이 아니라 총 4개월 간의 시정기간이 부여된다는 점은 정부가 기회있을 때마다 언급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제도시행을 유예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계도기간을 부여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실 앞서 50인 이상 사업장에 주52시간제 계도기간이 부여됐을 때도 위반 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적극적인 적발 행정은 하지 않되, 신고나 고발이 있는 경우는 현장 감독이 불가피했던 것이죠.

적극적인 단속 행정보다 현장의 애로 해소에 방점을 두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최근 발표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지연'도 추가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받기로 한 사업장이 제때 인력을 수급받지 못하면 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정부 고위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언론에서는 영세 사업장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기 위해 주52시간 계도기간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사실상 계도기간을 부여한 것이나 다름 없다. 코로나19 시국에 주52시간 위반한 사업장을 적극 단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 이런 상황에서 계도기간을 공식화해달라는 주장은 자칫 엄격한 법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자극할 수도 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