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에서 손병삼 연구부문장으로부터 2차전지 소재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에서 손병삼 연구부문장으로부터 2차전지 소재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신규 사업 기회를 선제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지난 15일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을 찾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사업 발굴을 적극 주문했다. 식의약용 셀룰로스(천연고분자)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인천공장은 대체육, 의약품에 들어가는 필수 첨가제 ‘애니애디’ 등을 생산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6일 “신 회장이 올 1월 롯데 사장단 회의(VCM)에서 미래 관점에서 비전을 수립하라고 제시한 이후 현장에서 이행이 잘되고 있는지 점검차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안산1공장) 등 화학 계열사들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VCM에 참여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비전과 전략을 수립할 때 ESG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규제에 대응하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고,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사회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선 롯데가 검찰 수사,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인한 ‘잃어버린 5년(2015~2020년)’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부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린(친환경) 소재’가 대표적이다. 롯데정밀화학만 해도 식물성 의약용 코팅제 및 대체육 시장 확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2019년 11월 인천공장 증설에 착수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삼성정밀화학 시절엔 셀룰로스유도체 비중이 낮았다”며 “롯데푸드 등 식품·유통 계열사를 갖고 있는 롯데그룹에 인수되면서 비중이 획기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식의약용 셀룰로스 유도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롯데정밀화학, 미국 듀폰 및 애쉬랜드, 일본 신에츠화학 등 네 곳뿐이다.

증설된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롯데정밀화학의 셀룰로스유도체 생산량은 기존 8000t에서 1만t 수준으로 확대된다. 롯데정밀화학은 그린소재에 추가 투자를 단행해 지난해 1조2000억원 수준인 매출을 2030년까지 5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일본에서 귀국한 후 주말마다 롯데쇼핑 사업장뿐 아니라 현대백화점 등 경쟁사의 백화점, 마트까지 둘러보는 ‘현장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 1위인 롯데쇼핑만의 강점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는 게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