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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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사모 회사채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채권담보부증권(P-CBO) 수요와 기업들의 자발적인 선호가 맞물려서다. 이미 3조5000억원어치 발행 물량이 쏟아지면서 연간으로는 발행 규모가 10조원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사모 형태로 발행된 일반 회사채(지난 19일 기준)는 3조550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2조2096억원)에 비해 60.68% 증가했다. 올 들어 발행된 사모 회사채 규모는 같은 기간 발행된 공모 형태 회사채(22조2686억원)의 15.94%에 달했다.

투자은행(IB)관계자들은 신용보증기금의 P-CBO 목적으로 발행된 물량도 있지만 올 1분기를 지나면서 사모 회사채 발행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발행 규모가 10조원을 거뜬히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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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중앙은 지난 12일 2년 만기 300억원어치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녹십자홀딩스도 지난 8일 총 1300억원을 사모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지난달엔 자안바이오(200억원), 삼성중공업(300억원), 쌍용건설(200억원), 롯데컬처웍스(200억원) 등이 사모 회사채 발행을 통해 운영 자금을 마련했다.

사모 회사채는 기업이 공개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해 투자자를 확보하는 공모 회사채와 달리 특정 개인이나 연기금·자산운용사·보험사 등을 대상으로 발행된다. 정확하게는 49인 이하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회사채다.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의 투심을 사로잡기 쉽지 않은 저신용등급 기업이나 위험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는 조달 방식이다. 최근 들어선 신용등급이 낮지 않은데도 민감한 정보 공개를 꺼리는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사모 회사채 발행을 선호하고 있다. 공모 회사채와 다르게 사모 회사채를 발행할 때는 별도로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수요 예측 의무가 없다 보니 투자 수요 확보 실패에 따른 평판 위험도 적다.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 회사채에 비해 발행 금리가 당연히 높지만 발행 절차가 간편하고 평판 위험도 없다 보니 이를 감수하겠다는 기업들이 꽤 많다"며 "조금이라도 높은 투자 수익률을 추구하는 기관투자가들이 있어 사모 회사채 수요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신용등급과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높게는 연 4%대 후반에서 5%대 초반의 금리로 사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코로나19처럼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또 다시 발생해 금융시장이 갑자기 경색되면 사모 회사채 차환이 어려워져 기업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 공모 회사채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 수준이 낮은 사모 회사채 시장이 먼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사모 회사채를 찾는 기업들도 있지만 공모 회사채 시장이 우량 신용등급 위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사모 회사채를 찾는 BBB급 이하 기업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이 기사는 04월20일(08:2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