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 글로벌 LED 3위 올라섰다
서울반도체가 1992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글로벌 3위 LED(발광다이오드) 기업으로 우뚝 섰다. 한국 중견기업이 내로라하는 글로벌 강자들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서울반도체는 전 세계 LED 업계 순위에서 지난해 전년 대비 한 계단 상승한 3위를 차지했다. 8억9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년 3위였던 루미레즈를 700만달러 차이로 제쳤다. 서울반도체는 2014년 6위, 2015~2017년 5위, 2018~2019년 4위였다.

1, 2위는 전년과 마찬가지로 일본 니치아와 독일 오스람이 차지했다. 그러나 빅3 중 니치아(-7%)와 오스람(-8%)은 매출이 전년에 비해 감소한 반면 서울반도체(4%)만 증가했다. 지난해 세계 LED 시장 규모도 110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6% 감소했다.

서울반도체가 선전한 힘은 특허 경쟁력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1만4000건에 달하는 특허를 앞세워 TV 등 디스플레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공급을 늘리면서 성장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다. 서울반도체는 지난 2년간 필립스 브랜드 관련 4건의 소송에서 모두 이기는 등 세계적으로 특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매해 연구개발(R&D)에 1000억원가량을 투자할 정도다. 지난해 LED 사업 철수를 선언한 LG이노텍 물량 일부를 흡수한 것도 보탬이 됐다고 옴디아는 분석했다.

이 같은 특허 경쟁력은 이정훈 대표의 뚝심에서 동력을 찾을 수 있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부터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있다. “기다리는 것을 볼 때까지 머리를 안 깎겠다”고 결심해서다. 그가 기다리는 건 직원들이 피땀 흘려 개발한 LED 원천기술(특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다. 그는 진행 중인 30여 건의 특허 소송이 모두 끝나야 머리를 자르겠다는 각오로 2년 넘게 머리에 손을 안 대고 있다.

이 대표의 장발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7년 말에도 “세계 1위 니치아와 특허 소송이 끝날 때까지 머리를 자르지 않겠다”고 했다. 당시 2년 뒤인 2009년 두 회사가 상호 특허를 공유하는 영구 계약을 맺고서야 머리를 잘랐다. 이 대표는 “지식재산권은 중소기업과 젊은 창업자들의 생존은 물론 계층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다리”라고 말한다.

여러 원천기술을 보유한 서울반도체는 201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와이캅’이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와이캅은 중간 기판 없이 LED 칩을 인쇄회로기판(PCB)에 바로 연결하는 제품이다. 중간 기판을 거치는 패키징 공정을 생략해 소형화에 유리할 뿐 아니라 디자인 다양성, 고효율 등이 가능한 게 장점으로 꼽힌다.

와이캅은 올해 LED 시장 성장을 주도할 ‘미니 LED TV’의 핵심 기술로도 손꼽힌다. 올해 하이엔드 자동차에서 미드엔드 자동차로 본격 확산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헤드라이트 LED에도 와이캅이 사용된다.

덕분에 서울반도체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매출은 연결 기준 역대 최대인 1조3727억원, 영업이익은 기존 최대 규모에 버금가는 974억원을 올릴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와이캅은 미니 LED TV와 마이크로 LED TV 등 올해 개화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TV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