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간혹 ‘한국의 일론 머스크’라고 하는데 이는 틀린 표현입니다. 테슬라 창업자인 머스크야말로 ‘미국의 정주영’이라고 불러야 합니다.”(김화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아산나눔재단은 지난 16일 정주영 명예회장 타계 20주기를 맞아 온라인으로 ‘아산 정주영과 기업가 정신’ 콘퍼런스를 열었다. 2011년 설립된 아산나눔재단은 기업가 정신 확산 사업 및 청년창업 지원 활동을 역점 추진하고 있다.

콘퍼런스에서 김화진 교수는 아산의 기업가 정신의 요체로 △기획과 집행의 진취성 △신용 자산의 축적 △끝없는 혁신 에너지 △열린 마음과 미래 지향성 △사회적 책임의식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선 아산의 기업가 정신이 젊은 세대에 어떻게 전승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산은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자들과 비슷한 면이 많다”며 “아산은 당시의 특수한 기업가가 아니라 보편적 기업가 정신을 지녔다”고 말했다. 이어 “요새 청년들은 ‘헬조선’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꿈을 잃어가고 있다”며 “아산이 지금 살아있다면 시대의 과제들을 향해 피하지 말고 달려들라고 조언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아산의 첫 회고록 제목인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가 아산이 청년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던 조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실패와 역경을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아산의 의지야말로 청년들이 배워야 하는 보편적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또 “아산은 단순한 기업가를 넘어 당시 사회문제를 해결한 혁신가”라며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의 사회를 맡은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산이 당시 가졌던 고민과 가치는 지금 세대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이를 잘 활용하면 청년들도 아산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은 폐회사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을 비롯해 예비 창업가, 사회 혁신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업가 정신의 의미를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