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올해 초 2025 비전선포식을 열고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함께하는 100년 농협’이라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왼쪽 여섯번째)이 임직원 등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hankyung.com
농협은 올해 초 2025 비전선포식을 열고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함께하는 100년 농협’이라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왼쪽 여섯번째)이 임직원 등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hankyung.com
농협중앙회는 올해 초 ‘2025 비전선포식’를 열고 ‘100년 농협’을 핵심 키워드로 선정했다. 설립 60주년을 앞둔 농협은 임원과 농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100년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요한 가치를 발표했다.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함께하는 100년 농협’이라는 슬로건도 마련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비전선포식에서 “농업·농촌의 새로운 활로와 농협의 지속 성장을 위한 변화와 혁신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일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며 “100년 농협으로 힘차게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농민과 함께한 60년

농협은 창립 초기부터 사실상의 정책기관 역할을 했다. 정부의 농업정책을 현장에서 현실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의 역사는 곧 한국 농업의 역사”라며 “농민과 함께함으로써 다양한 성과를 이뤘다”고 말했다.

농협은 1961년을 창립연도로 본다. 6·25전쟁 이후 1956년과 1958년 각각 설립된 농업은행과 농협중앙회를 통합해 종합농협이 탄생한 해다.

종합농협 출범 이후 농협은 식량 생산 확대에 주력했다. 당시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1962년 정부가 비료와 농약 공급 전담권을 부여하면서 농민에게 영농자재를 적기에 공급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농협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됐다. 1969년에는 농가의 고리 사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호금융을 설립했다. 농민에게 사채보다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대출해주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새마을운동을 통해 농촌의 현대화와 발전을 이끌었다. 새마을 교육 지원, 협동새마을 육성, 마을 식량 증산 지원, 마을환경 개선, 새마을 소득종합개발 등 농협이 주축이 돼 추진한 사업들이 성과를 거뒀다. 1980년 이후엔 쌀 생산량 확대로 식량 자급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서 농협은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한 지도를 주력 사업으로 전환했다. 1983년 단위농협에 영농 지도원을 투입해 농업경영, 지역농업종합개발계획, 복합 영농사업, 농산물유통지도, 출하지도 업무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농가 소득 증대를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 기관에서 민간 기업으로

1990년은 농협중앙회장이 조합원 투표로 처음 선출된 해다. 그전까지는 정부가 기관장을 임명하듯 회장을 내려보냈다. 민선 농협회장이 선출되면서 농협은 기업의 면모를 갖춰나갔다. 이 무렵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농축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농협의 전략과 역할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농협은 농축산물 시장과 유통시장 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신유통 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 미곡종합처리장과 산지유 통센터 등을 확충했다. 도매기능에 저장, 소포장, 집배송, 소매기능을 통합한 ‘농산물 물류센터’도 전국에 설치했다. 이를 통해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농협은 설명했다.

2000년에는 농·축·인삼협 중앙회를 하나로 통합해 사업 규모를 확대했다. 공동으로 육묘장을 활용하는 등 중복 투자를 없애 시너지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2012년 사업부문별 전문성과 효율성 강화를 위해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분리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농협은 농업인의 실질적인 이익 증진을 위한 영농자재 가격 인하, 영농인력 및 6차 산업 지원, 농업인행복버스, 농업인행복콜센터 등의 다양한 농촌복지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농업가치 헌법 반영 국민공감 운동’ 등을 통해 농업·농촌 가치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높이는 데도 힘썼다.

100년 농협 ‘농토피아’ 만든다

농협은 60년간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농민과 국민이 농협의 가치를 이해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사업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빠른 현대화와 수입 농산물 개방, 저성장 등 농업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국민의 공감을 계속 얻기 위해선 농협도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협은 이런 변화 흐름에 대응해 농업·농촌의 미래상으로 농토피아를 제시하고 있다.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농업 유토피아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농협은 안전한 먹거리 공급망 구축, 디지털 혁신, 공익적 가치 창출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안전 먹거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국민에게 ‘농업이 꼭 필요한 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디지털 혁신으로 스마트팜 등 새로운 분야의 사업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공익적 가치 창출을 통해서는 농업인이 국민에게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농협은 세부적으로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웃는 유통 대변화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디지털 혁신 △경쟁력 있는 농업, 잘사는 농업인 △지역과 함께 만드는 살고 싶은 농촌 △정체성이 살아있는 든든한 농협 등 5대 핵심 분야를 선정하고 80대 혁신과제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이 회장은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저성장·제로금리 시대로의 진입 등과 같은 거대한 변화들이 농업·농촌·농협의 지속 성장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만이 농업·농촌의 새로운 활로와 농협의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