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딩 금융그룹’ 왕좌를 다투는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올 1분기까지는 신한금융의 ‘우세승’이 점쳐졌지만 2분기부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하고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면서 KB금융의 상승세에 힘이 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KB, 리딩뱅크 '1승 1패'
신한금융은 2분기 8731억원 등 상반기 총 1조805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24일 발표했다. 작년 동기(1조9144억원) 대비 5.7% 줄었지만, 1조7113억원의 순이익을 낸 KB금융을 제쳤다. 신한금융은 1분기에 93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KB금융(7295억원)과의 격차를 2000억원가량으로 벌렸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승자가 바뀐다. KB금융은 9818억원의 순이익을 내 신한금융(8731억원)을 1000억원 이상 앞섰다. KB금융은 2018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신한금융에 분기별 이익을 추월당했고, 지난해 전체 순이익도 신한금융보다 적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올 상반기 각각 예년보다 많은 8215억원과 4979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 코로나19 금융 지원으로 발생할 위험에 대비하려는 차원이다.

하반기엔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신한금융 계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사모펀드 관련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KB금융 계열사들은 사모펀드 사태에서 자유롭다. 당장 3분기부터 KB금융 실적에 푸르덴셜생명 지분법 평가이익이 포함되는 것도 호재다.

국내 금융그룹들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실적을 잘 방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금융그룹은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1.6% 늘어난 1조344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금리가 더 낮아지면서 이자 마진이 줄고 있지만 디지털 채널 판매이익과 외환평가이익 등이 늘면서 충격을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김대훈/정소람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