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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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 부동산 대출과 부동산 금융상품을 비롯한 부동산금융이 사상 처음 21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어난 유동성…부동산 쏠림

8일 한국은행의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부동산금융은 2105조3000억원으로 작년 3월 말(1937조원)에 비해 8.7%(168조3000억원)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2062조5000억원)에 비해서는 2.0%(42조8000억원) 늘었다. 부동산금융은 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 및 부동산 금융보증, 기업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동산 펀드 및 부동산 자산유동화증권(ABS), 주택저당증권(MBS),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을 합친 것이다.

부동산금융은 2017년 말 1790조3000억원, 2018년 말 1917조3000억원, 2019년 말 2062조5000억원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불어난 부동산금융은 국민총생산(GDP) 규모가 웃돌 만큼 비대해졌다. 명목 GDP에서 부동산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말 76.7%였지만 매년 상승해 2018년 101%로 처음 100%를 돌파했다. 지난해 말 107.4%, 올해 3월 말 109.7%로 치솟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로 낮추면서 급증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말 시중 통화량(M2·계절조정계열)은 지난해 말에 비해 3.6%(104조9524억원) 늘어난 3020조2270억원을 기록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만기 2년 미만의 정기 예·적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부동산금융 2105조3000억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 부동산금융은 1095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7.5% 늘었다. 부동산 PF를 비롯한 기업의 부동산금융은 7.7% 증가한 765조원, MBS를 비롯한 부동산투자상품은 17.6% 불어난 245조2000억원에 달했다. 부동산 투자상품 증가 속도가 유독 빠른 것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금융공사 MBS 발행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부동산금융, 집값 과열 부른 불쏘시개?

불어난 부동산금융은 집값 과열을 부른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2509만원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6억708만원)에 비해 52.3% 뛰었다. 지난해 12월(8억5951만원)과 비교해서는 7.6% 올랐다.

최근 가격이 무섭게 치솟고 있지만 조정을 받을 경우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과 자영업자가 위축되면서 상가와 오피스 공장 창고 펜션 등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가격이 급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금융이 상당한 만큼 집값의 오름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꾸준히 내놓으면서 앞으로 집값이 뛸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주고 있다"며 "시중 유동성이 넘치는 데다 집을 사들이려는 수요층도 두터운 만큼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