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학생들 대상으로 한 페이스북을 창업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마크 저커버그. / 사진=AP
하버드대 학생들 대상으로 한 페이스북을 창업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마크 저커버그. / 사진=AP
페이스북은 원래 하버드대 재학생이던 마크 저커버그가 만든 학교 동문관리 프로그램이었다. 하버드대 학생끼리 사용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아주 작은 시장을 타깃팅 했다. 직관적 콘텐츠와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무장한 페이스북은 금세 하버드대생들을 사로잡았다.

이후 페이스북의 행보는 모두 아는 바대로다. 이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페이스북이지만 초기 페이스북을 떼어내 보면, 강소기업이 구현해야 할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관철시킨 아주 좋은 표본이라 할 수 있다.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 피터 틸은 “비즈니스 성공의 관건은 경쟁이 아닌 ‘독점’”이라 주장한 저서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페이스북을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꼽았다. 처음부터 거대 시장을 공략하기보다 작은 시장으로 시작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강조하면서다.

틸은 “큰 시장을 추구하면 어마어마한 경쟁에 내몰린다”면서 “페이스북은 하버드대 학생들 대상으로 시작했다. 너무 작은 시장이라 비즈니스 계획으로는 훌륭하지 않다고들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독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강소기업으로 꼽히는 아모그린텍. 송용설 대표(오른쪽)가 나노멤브레인 소재 생산 과정을 검수하는 모습. / 사진=한경 DB
국내 강소기업으로 꼽히는 아모그린텍. 송용설 대표(오른쪽)가 나노멤브레인 소재 생산 과정을 검수하는 모습. / 사진=한경 DB
중소기업이 성공하려면 이같은 ‘미니 독과점’ 전략이 효과적이다. 전문가들은 붕어빵처럼 차별화되지 않는 범용 제품을 노동집약적으로 생산해서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특정 분야에서 고품질의 확실한 콘텐츠로 승부해야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인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는 일본 중소기업들이 강소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로 통한다.

한일경상학회장을 지낸 한광희 한신대 교수는 “일본 중소기업이 저성장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경쟁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장인정신으로 다진 대체불가 기술력으로 대기업과도 단순 원청·하청 관계를 넘어 ‘자기 시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중소기업이 기술력으로 이러한 ‘미니 독과점 시장’을 만들기에 유리한 분야가 바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다. 일본 강소기업이 소부장 분야에 대거 포진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국가별 히든챔피언(강소기업) 수. / 출처=한경 DB
국가별 히든챔피언(강소기업) 수. / 출처=한경 DB
일례로 한·일 합작 설립 금속절삭공구 전문업체 한국닛켄의 간판 제품은 기계장비 중간 연결장치인 ‘툴 홀더(tool holder)’. 범용 제품보다는 특장점을 갖고 있는 제품을 생산하면서 30년 이상 이어진 끈질긴 틈새시장 공략이 빛을 봤다. 1990년대 중후반 툴 홀더 가격을 3분의 1로 낮추며 100% 국산화에 성공했고 지금은 오사카 본사에 역수출할 정도로 품질을 끌어올렸다.

독일도 비슷하다.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은 대신 도제 마이스터(기능인력 명장)를 육성하고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돼 히든챔피언(강소기업)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해주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특출나다기보단 ‘중소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게 포인트다.

일본·독일 양국은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다는 공통분모도 있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구호 차원을 넘어 실질적 상생발전을 하려면 협력업체가 자기 분야에 분명한 강점을 가져야 한다”며 “대기업도 모든 제조 공정을 혼자 할 순 없지 않느냐. 품질 좋고 확실한 장점을 지닌 강소기업은 도리어 대기업이 먼저 파트너로 찾게 된다”고 귀띔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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