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허인 국민은행장이 향후 1년간 은행을 더 이끌게 됐다. 조직을 포용하면서 높은 실적을 유지한 공로를 그룹에서 인정받은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은행의 호실적에 힘입어 KB금융그룹은 지난 3분기 누적 2조7771억원의 이익을 냈다.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침체로 열악한 상황에서도 전년 동기 수준의 실적을 유지해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인 국민銀 행장, 사실상 연임…"3분기 실적 선방"
KB금융, 차기 행장 후보로 허인 재선정

KB금융지주는 24일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인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허 행장을 재선정했다. 대추위는 지난 2년간 은행장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 내외부 풀을 상시적으로 운영하며 검증해왔다. 허 행장의 재임 기간 경영성과와 중장기 경영전략 실행력, 조직 관리 리더십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가장 적합한 후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후보 선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허 후보는 국민은행에서 경영기획그룹 대표(CFO)와 영업그룹 대표(부행장)를 거쳐 2017년 11월 행장에 취임했다. 2014년 이른바 ‘KB 사태’ 이후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한 윤종규 회장 이후 선임된 첫 행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허 행장이 윤 회장과 비슷한 경영철학을 공유하며 지주와 은행이 발맞춰 갈 수 있도록 기여한 부분이 크다”며 “지난해 대규모 파업 사태를 겪는 과정에서도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임기 중 호실적과 디지털 분야 성과도 높은 평가를 받은 요인이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1조7643억원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 국민은행은 또 은행업계 최초로 MVNO(알뜰폰) 사업에 진출해 오는 28일 통신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룹·은행 실적 “전년 동기 수준”

이날 KB금융은 지난 3분기 94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3분기 누적으로는 2조777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2% 줄었다. 대출 등으로 얻는 순이자 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늘어났으나 순수수료 수익이 줄었다. 주식시장이 침체된 데다 파생결합증권(DLS) 사태로 전반적인 금융상품 판매가 위축된 데 따른 결과다. 다만 지난해 국민은행 명동사옥 매각 차익(세후 약 830억원)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기준으로는 3%가량 증가했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그룹의 수익 창출력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1.94%로 같은 기간 0.3bp(0.03%) 낮아졌다.

KB금융의 양호한 성적은 주요 계열사인 국민은행 실적이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국민은행은 3분기 7016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누적 2조67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다. 조직 디지털화에 따른 희망퇴직 비용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 기준으로는 3.6% 늘어났다는 게 은행 설명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연말에는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며 “허 행장이 연임하게 되면서 조직이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