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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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이 제3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들지 않기로 했다. KEB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사실상 불참을 선언하면서 연내 최대 두 곳의 인터넷은행에 신규 인가를 내주겠다던 금융당국의 계획이 난관에 부딪혔다. 불참 이유로는 까다로운 규제가 꼽힌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은산분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인터넷은행을 둘러싼 규제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다”며 “규제 완화 없이는 인터넷은행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한금융, 제3 인터넷銀 불참키로…흥행실패 가능성 커져
신규 인가 또 불발 가능성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14일 “이번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 나서지 않을 것 같다”며 “대주주로 함께할 만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찾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부터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외부평가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연내 예비인가 대상을 결정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양측 모두 각사의 모바일 플랫폼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5대 금융그룹 중 이번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 나서는 곳은 한 군데도 없을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에,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에 이미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15일 마감하는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재신청에는 많아야 두 곳 정도가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소상공인연합회가 주도하는 ‘소소스마트뱅크준비단’뿐이다. 지난 3월 인터넷은행에 도전했다가 낙방한 간편송금 플랫폼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재도전 가능성도 남아 있다. 토스는 SC제일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신청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은행업 노하우와 자금력을 보유한 대형 은행의 불참은 여파가 클 전망이다. 은행이 참여하지 않는 컨소시엄엔 인가를 내주기 어렵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은행이 빠지면 출자 능력 등 지배주주 적합성이나 자금조달 능력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은 신청 요건이 까다롭다. 자본금 250억원 이상이면서 은행법상 대주주 관련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금융과 정보기술(IT) 융합을 촉진할 수 있도록 주주를 구성해야 하고, 추가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능력도 갖춰야 한다. 금융당국이 올초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한 ‘토스뱅크’ ‘키움뱅크’ 등을 불허한 것도 이런 기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해서다.

규제로 몸살 앓는 인터넷銀

그동안 금융권 안팎에선 제3 인터넷은행에 뛰어들 주요 후보로 신한금융을 꼽았다. 신한금융은 지난 3월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 때 토스와 손잡았다가 막판에 참여 의사를 접었다. 사업 모델 등에 대한 견해차가 컸다는 후문이다.

IT 기업들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지난 3월 KEB하나은행, 키움증권과 함께 ‘키움 컨소시엄’으로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한 SK텔레콤은 참여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은 각각 51%, 49%를 출자해 만든 생활금융 플랫폼 ‘핀크’를 키우기로 했다. 또 다른 후보인 네이버도 인터넷은행 대신 간편결제와 쇼핑 등 생활금융 플랫폼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을 둘러싼 척박한 환경이 빠르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며 “2017년 출범한 국내 첫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만 해도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4월부터 5개월 넘게 대출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KT를 대주주로 전환해 자본을 확충하려던 계획이 어그러져서다. 금융위는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대주주 적격 심사를 중단했다.

지난 1월 ‘인터넷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는 34%까지 확대됐다. 그럼에도 규제로 인한 어려움은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대표적이다. 하태형 수원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국내 규제 환경에서 카카오뱅크가 이용자 1000만 명을 모은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이라며 “카카오뱅크가 성과를 냈다고 해서 ‘이 정도 환경이면 괜찮겠지’라고 안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