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겪고 있지 않더라도, 지금의 이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한국기계연구원 첨단생산장비연구본부 초정밀시스템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시험에 열중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제공
한국기계연구원 첨단생산장비연구본부 초정밀시스템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시험에 열중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제공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열린 국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기계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전부터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과 기술이전을 꾸준히 추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입에 의존하던 소재·부품·장비를 일찌감치 국산화한 것은 물론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대표적 사례가 300㎜ 웨이퍼용 고정밀도 프로브 스테이션이다. 웨이퍼 프로브 스테이션은 반도체 공정의 핵심 검사 장비다. 반도체 웨이퍼 칩 안의 패드에 미세한 바늘을 접촉시켜 전기적 신호로 반도체 칩 상태를 점검한다.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업체인 세크론(현 세메스)과 기계연구원은 3년간 공동개발 끝에 2009년 300㎜ 웨이퍼용 고정밀도 프로브 스테이션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에는 기술력에 앞선 일본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80% 이상 점유하고 있었다. 세크론과 기계연구원은 TEL 등 일본 업체의 장비보다 검사 정밀도를 높여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이 장비를 삼성전자에 납품해 외국산을 대체했다. 기계연구원 관계자는 “산·연이 공동개발한 국산화 장비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반도체 공정의 국산화에 기여했다”며 “자부심을 가질 만한 우수한 사례”라고 말했다.

일본 도시바와 미국 무어 등에서 전량 수입해오던 광학필름 가공용 패턴 롤 금형가공기의 국산화에도 기계연구원의 R&D가 큰 역할을 했다. 이 장비는 TV 노트북 등 LCD(액정표시장치)의 BLU(액정화면 뒤에서 빛을 방출하는 광원장치)를 구성하는 미세패턴 광학필름을 생산하기 위한 가공 장치다. 기계연구원과 제이에스프리시젼은 2009년 광학필름 가공용 패턴 롤 금형가공기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연구책임자가 현재 기계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박천홍 원장이다. 기계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제이에스프리시젼은 2014년부터 국내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수입 대체 효과는 약 3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15년부터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