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 전문가인 프레드릭 왈진스키 덴마크 알허스대 교수(왼쪽)와 헤이웨이 탕 홍콩대 교수가 지난 8일 한국경제학회가 서강대에서 개최한 ‘2019 더 코리안 이코노믹 리뷰(KER)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국제무역 전문가인 프레드릭 왈진스키 덴마크 알허스대 교수(왼쪽)와 헤이웨이 탕 홍콩대 교수가 지난 8일 한국경제학회가 서강대에서 개최한 ‘2019 더 코리안 이코노믹 리뷰(KER)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세계적인 국제무역 전문가들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는 비이성적이며 양국 기업 모두에 비효율적인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이 일본산 소재·부품을 다 국산화하겠다는 전략도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차라리 일본 외 다른 나라로 무역 파트너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지난 8일 프레드릭 왈진스키 덴마크 알허스대 교수와 헤이웨이 탕 홍콩대 교수는 한국경제학회(학회장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서강대 게페르트남덕우경제관에서 연 ‘2019 더 코리안 이코노믹 리뷰(KER)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왈진스키 교수와 탕 교수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과 생산네트워크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를 펼쳐온 국제무역 전문가다. 왈진스키 교수는 산업경제, 기술혁신 분야에 조예가 깊고 연세대에서 수년간 강의할 정도로 한국과 교류도 많다. 탕 교수는 미국 댈러스연방은행 연구원, 세계은행과 유엔의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한·일 모두 큰 피해”

왈진스키 교수는 “일본의 부품 공급 기업과 한국의 생산 기업이 강하게 엮여 있는 상황에서 수출규제는 양국 기업 모두에 큰 피해를 불러온다”며 “일본의 규제 방식은 미국이 중국에 가하는 수입규제보다 더 비효율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수입규제는 상대국 기업에 타격을 주지만 수출규제는 자국 기업에 이익 감소 등 직접적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왈진스키 교수는 “한국 기업도 싸고 좋은 제품을 쉽게 들여오는 대신 대체재를 구하거나 국산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이 커진다”며 “매우 비이성적이며 비효율적”이라고 진단했다.

탕 교수는 “한·일 기업은 전략적으로 상호의존하는 관계였는데 정치적 분쟁이 이를 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소재·부품 국산화에 ‘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부 국산화도 필요하겠지만 다른 나라와의 교역 확대를 통해 자원을 조달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고 경제적”이라고 했다. 탕 교수는 다이지 후루사와 도쿄대 교수 등과 함께 쓴 ‘국내 공급망의 글로벌 소싱 및 재구성’이란 논문에서 “기업이 소재·부품을 조달하는 나라가 멀고 다양할수록 생산성과 이윤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분쟁 10~20년 갈 것”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탕 교수는 “미국은 중국 경제의 추격 속도를 늦추려 하고 있는데 중국은 내수시장이 크고 빠르게 성장해 버틸 힘이 있다”며 “10~20년간은 분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왈진스키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의 원인은 미국 내 소득불평등 심화와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있다”며 “두 문제 모두 쉽게 해결하기 어려워 갈등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동안 소강상태에 있던 미·중 무역분쟁은 지난 5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뒤 다시 확전되고 있다.

세계로 번지는 보호무역주의 열풍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탕 교수는 “선진국은 기술 진보와 국제분업화의 영향으로 자국 내 소득불평등이 커지자 이 원인을 다른 나라로 돌려 보호무역주의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정말 해야 할 일은 교육 투자를 늘려 국민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할 수 있게 하고 규제 개혁과 투자위험 분담을 통해 기업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왈진스키 교수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와 자국 산업의 혁신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