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車·금융·섬유 일자리 5만개 줄어든다
국책연구기관이 올해 하반기 주요 업종의 일자리가 줄줄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고용 악화가 적어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외부 요인에다 내수 침체까지 장기화할 조짐을 보여서다. 특히 섬유와 금융·보험, 자동차 업종의 고용 감소폭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한국고용정보원이 30일 발표한 ‘2019 하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8개 제조업에 건설, 금융·보험을 더한 10개 주요 업종 가운데 작년 하반기보다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 업종은 자동차, 금융·보험, 섬유 등 3개였다. 기계, 전자, 철강, 건설 업종 등의 고용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일자리가 작년 하반기보다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 업종은 조선 1개뿐이었다.

올 하반기 자동차 업종의 고용 규모는 작년 동기보다 6000명(1.6%)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산업기술진흥원은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줄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 업종의 고용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섬유와 금융·보험 업종에선 각각 7000명(4.0%), 3만5000명(4.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기술진흥원은 “국내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 국내외 수요 감소, 의류 해외생산 확대 등에 따라 섬유 업종의 수출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 업종에 대해선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 대출 자산의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며 “투자 수요 위축, 내부 자금 및 직접금융시장 활용 증가로 대기업 대출 증가세 역시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보험 업종과 관련 “보험 판매 축소와 금리 하락으로 보험 업종의 성장세가 정체될 것”이라고 했다.

일자리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전망된 6개 업종 가운데 기계(-0.1%), 전자(-0.3%), 철강(-1.2%), 건설(-0.5%) 등 4개 업종의 고용 사정도 좋지 않다. 기계 업종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반기별 고용 전망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고용정보원은 “미국, 인도,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수출 증가가 예측되지만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중국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기계업종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자 업종과 관련해선 “올 하반기 전자·정보통신기술 시장은 주요국 무역 규제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으로 성장세가 위축되면서 국내 고용 증가율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산업기술진흥원과 고용정보원은 2013년 7개 제조 업종을 시작으로 반기별로 일자리 전망을 발표해왔다. 고용보험 피보험자,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경제활동인구조사 등 자료를 토대로 각계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고용 상황을 예측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