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햇살론17' 9월 출시

저신용자 700만원 한도 대출
성실 상환자는 매년 금리 감면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 혜택
바꿔드림론·안전망대출은 폐지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이 25일 서울 광화문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열린 ‘고금리 대안상품 출시 준비상황 점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이 25일 서울 광화문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열린 ‘고금리 대안상품 출시 준비상황 점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연 20%를 넘는 고금리 대출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연 17.9%’ 금리의 서민용 대출상품을 내놓는다. 신용도가 너무 낮아 정책금융상품조차 이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이 대부업체나 사채로 내몰리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성실히 잘 갚으면 금리를 내려주고, 횟수 제한 없이 여러 번 빌려준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새 정책금융상품 ‘햇살론17(세븐틴)’을 출시한다고 25일 발표했다. 오는 9월 2일부터 13개 시중은행을 통해 판매한다.

저신용자에게 단일금리·단일한도 대출

高利 사채 이용자, 年 17%대 금리로 바꿔준다

햇살론17을 이용하면 연 17.9% 금리로 7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기존 서민금융상품과 달리 신용도 등에 따라 금리와 한도를 차등화하지 않고 최소한의 요건을 통과하면 동일한 조건으로 대출한다”고 설명했다.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이거나, 신용이 6등급 이하이면서 연소득 4500만원 이하면 신청할 수 있다. 일용직 노동자, 아르바이트생, 농어민처럼 소득 증빙이 힘든 사람은 전국 47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저신용자를 끌어안으려고 내놓은 상품인 만큼 대출 심사는 기존 정책금융상품보다 덜 까다롭다. 과거 연체 이력이 있거나 2금융권에 빚이 있는 것은 큰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다만 연체 중인 상태에서 신청하거나 소득 대비 부채가 너무 많으면 거절당할 수 있다.

대출금은 3년 또는 5년 동안 원리금균등 분할상환 방식으로 갚아야 한다. 대출금 700만원 기준으로 5년 상환 조건을 선택하면 원리금 상환액은 월 17만7373원이다. 1년 동안 연체가 없으면 다음해 금리를 깎아준다. 첫해 연 17.9%를 시작으로 3년 상환 조건은 연 2.5%포인트씩, 5년 조건은 연 1%포인트씩 내려간다.

병원비 등을 이유로 대출이 더 많이 필요한 사람에겐 대면 심사를 거쳐 한도를 1400만원으로 늘려주는 특례 조항을 뒀다. 여윳돈이 생기면 언제든 갚을 수 있도록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이용 횟수 제한도 없다. 700만원을 다 갚으면 다시 햇살론17을 이용할 수 있다.

재원조달 방법은 논란

정부는 내년까지 7만~10만 명이 이 상품을 활용해 연간 이자부담액이 약 9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 시장은 31조8000억원 규모다. 556만 명(중복 포함)이 이용하고 있다. 대부업 신용대출의 평균 신규 대출액은 670만원, 금리는 연 21.7% 선이다. 급전이 필요한 차입자로서는 대부업체보다 햇살론17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민간 대출과 정책금융 간 가격 경쟁이 확대돼 전반적인 금리 수준의 하락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햇살론17을 내놓은 이후 다른 서민금융상품은 통·폐합하기로 했다. 햇살론 대환, 바꿔드림론, 안전망 대출 등은 9월 말까지만 공급한다. 이들 상품은 대부업체의 마케팅에 악용되면서 고금리 대출을 되레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햇살론17의 재원은 국민행복기금이다. 올해 2000억원, 내년에 5000억원, 2021년부터는 해마다 1조원씩 공급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국민행복기금의 여유 재원은 3500억원 정도”라며 “향후 전 금융권이 서민금융상품 재원을 함께 분담해가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설계한 서민용 대출상품에 돈은 민간 금융회사들이 대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과거에 각종 정책은 정부가 발표한 다음 재원은 은행에 요구하는 일이 많았다”며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해마다 공급하겠다는 1조원을 은행들이 어떻게 부담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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