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건설한 UAE 바라카 원전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건설한 UAE 바라카 원전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5년 정비사업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팀코리아)과 두산중공업은 지난 23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에서 바라카 원전운영법인인 '나와(Nawah)에너지'와 정비사업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계약은 한수원이 자체기술로 건설한 한국형 원전 APR1400 4기에 대해 유지보수와 공장정비를 수행하는 사업이다. 정비서비스 계약 기간은 5년이며 양사 간 합의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나와에너지는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과는 장기정비사업계약(LTMSA), 두산중공업과는 정비사업계약(MSA)을 맺었다. 한수원·한전KPS, 두산중공업은 바라카 원전 4개 호기의 정비서비스를 주도적으로 담당한다.

정비 계약은 체결했지만 본래 계획에 비하면 범위나 기간 등의 측면에서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평이 나온다. 바라카원전은 한수원의 고유 기술로 만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설치되는 만큼 한수원이 정비 계약을 모두 따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나와도 경쟁입찰로 장기정비계약(LTMA)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수주 시 계약금액은 2조∼3조원 규모로 추정됐다.

하지만 UAE 원전 규제에 따라 나와가 경쟁입찰을 중단하고 계약형태를 LTMA에서 LTMSA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이번 계약은 전체 사업 예상기간(10∼15년)보다 적은 5년으로 기간이 한정됐다. 계약을 두고 팀코리아와 경쟁했던 미국 얼라이드파워나 영국 두산밥콕도 정비사업의 일부분을 맡을 전망이다.

계약금액도 수천억원대로 쪼그라들게 됐다. 세부적인 계약금액은 나와가 발행하는 역무지시서(task order)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한국 원전 수출 1호로 주목받던 바라카 원전의 후속 사업 수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면서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한 공격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의 원전 축소 정책이 악효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원전업계의 시각이다. 한국정부가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펴 신뢰를 떨어뜨리고 경쟁국에 공격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다.

나와가 바라카 원전에 대한 한국의 입지가 너무 강해지는 것을 경계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국이 원전 건설을 도맡는 상황에서 정비까지 독점할 경우 원전 장악력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는 시각이다.

나와는 계약방식을 LTMA에서 LTMSA로 변경하면서 "나와가 바라카 원전의 정비작업 주도권을 보유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