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정책 토론회
한경 - FROM 100 공동기획

기업지배구조, 결국 경영승계 문제
민간 싱크탱크 ‘FROM 100’이 지난 15일 서울 새문안로 한국생산성본부에서 ‘기업지배구조와 관련 정책동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왼쪽부터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원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범준 기자 kbj07@hankyung.com

민간 싱크탱크 ‘FROM 100’이 지난 15일 서울 새문안로 한국생산성본부에서 ‘기업지배구조와 관련 정책동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왼쪽부터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원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범준 기자 kbj07@hankyung.com

“한국 기업 지배구조 문제는 경영승계에 따른 과도한 세 부담에 근본적 원인이 있습니다.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려면 기업할 의욕을 잃게 하거나 편법상속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최고 65%에 달하는 상속세율부터 조정해야 합니다.”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 없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만 도입한 나라는 없습니다. 경영권이 안정되지 않은 채 외부 견제만 강화한다면 기업들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민간 싱크탱크 FROM 100(대표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과 한국경제신문사가 15일 개최한 ‘기업지배구조와 관련 정책동향’ 세미나에서 국내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경영권 방어수단 없는 주주권 강화, 안전판 없이 건물부터 부수는 꼴"

이날 발제를 맡은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기업 지배구조는 이사회, 자본시장 등 기업 자원을 가장 적절하게 배분하기 위한 시스템”이라며 “높은 상속세를 피하려 여러 방법을 찾다 보니 이 구조에 왜곡이 생긴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으로, 피투자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공단이 국내 연기금 중 처음으로 도입했고 현재 96개 기관투자가로 확산됐다. 2016년 취임한 조 원장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설계자’로 통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과 도입을 주도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부작용 우려 커졌다

참석자들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부추기고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보면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 없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나라는 없다”며 “경영권 방어수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한국은 재건축을 한다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가림막도 없이 건물부터 부수는 꼴”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20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5명이 보건복지부 장관(위원장) 등 현직 장차관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초 ‘정부는 대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말한 것은 연금사회주의의 전형”이라며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 수단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제도가 취지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하는 외부 전담기구나 장치가 필요하다”며 “금융감독원이 이행점검을 맡으면 관치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별도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점검 뒤 결과를 공개하는 영국을 참고할 만한 사례로 들었다.

상법 개정안 놓고서도 격론

참석자들은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법무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관해서도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국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에는 전직 임직원의 사외이사 임명제한 강화(2년→5년),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잃으면 경영자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자격요건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권종호 교수는 “안 그래도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커지는 상황에서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이사회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를 두고도 격론이 이어졌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들이 모회사로부터 50% 넘게 출자받은 자회사·손자회사의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모회사 주식을 1% 이상 확보하면 누구나 자회사 이사들에 대한 소송 청구가 가능하다. 권종호 교수는 “다중대표소송제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악용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반대 뜻을 밝힌 반면,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기업집단’으로 밀접하게 얽혀 있어 주주의 의결권 보장을 위해서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전자투표제가 기술 오류나 사전투표의 제약 등으로 인해 주주의 의견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자투표제는 주주 1만 명 이상인 상장사에서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권재열 원장은 “전자투표는 주총에서 실시간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사전투표기 때문에 주총 직전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면 반영할 수 없다”며 “토론이 없는 투표라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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