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새 분배지표 '팔마비율'로 따져보니
정부와 여당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펴며 내세운 논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소득불평등이 악화됐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전제를 바탕으로 2년 새 최저임금을 29.1% 올리는 등 친(親)노동 정책을 이어갔다. 하지만 통계청이 11일 새롭게 내놓은 소득분배지표를 보면 전 정부에서 오히려 양극화가 개선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前정권때 양극화 개선…'소주성' 출발부터 틀렸다

2011~2017년 분배 개선 추세

통계청은 이날 ‘팔마비율(Palma ratio)’이란 소득분배지표를 공개했다. 이 지표는 소득 상위 10% 인구의 소득점유율을 하위 40% 인구의 점유율로 나눈 수치로 클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통계청은 그동안 소득분배지표로 ‘소득 5분위 배율’ ‘지니계수’ 등을 발표했는데 이번에 팔마비율을 추가했다.

통계청은 이날 2011~2017년의 팔마비율을 공개했다. 2011년 이 비율은 1.74(처분가능소득 기준)였다. 이듬해 1.71로 떨어졌고 2013년 1.59, 2014년 1.51, 2015년 1.42로 낮아졌다. 분배지표가 그만큼 개선됐다. 2016년에는 1.45로 소폭 상승했지만 2017년 다시 1.44로 하락했다. 해당 시기 분배 개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고용 개선과 2014년 도입된 노인 대상 기초연금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팔마비율 지표는 “전 정부에서 소득불평등이 악화됐다”는 정부 주장과 배치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인사청문회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양극화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작년 8월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이 역주행한 것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했다.

작년에는 분배 악화

팔마비율은 1년에 한 번 시행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2018년 팔마비율은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또 다른 소득분배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 등을 통해 예상해 보면 지난해 팔마비율은 상승(분배 악화)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소득 하위 20% 대비 상위 20%의 소득이 얼마나 큰지를 의미하는 5분위 배율은 분기마다 발표되는데 작년 4분기 데이터까지 공개된 상태다. 5분위 배율 역시 클수록 불평등하단 뜻이다.

4분기 기준 소득 5분위 배율은 2014년 4.54배에서 2015년 4.37배로 좁혀졌다. 2016년 4.63배로 올라갔지만 이듬해 4.61배로 다시 낮아졌다. 팔마비율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점차 개선되던 소득 5분위 배율은 작년 5.47배로 벌어져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악화됐다. 소득 하위 20% 가구(2인 이상 기준)의 월평균 소득은 17.7% 줄었는데 상위 20% 가구는 10.4% 증가했기 때문이다. 소득 하위 20% 가구 소득 감소율과 상위 20%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각각 통계 작성 후 가장 컸다. 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일자리를 잃어 월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한국의 팔마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30위(순위가 낮을수록 불평등)였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1.77·33위) 영국(1.45·31위)이 한국보다 양극화가 심했다. 1위는 슬로바키아(0.79)였고, 슬로베니아(0.81) 체코(0.87) 아이슬란드(0.89) 등이 뒤를 이었다.

■팔마비율(Palma ratio)

호세 가브리엘 팔마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가 개발한 소득불평등지수다. 소득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을 하위 40%의 점유율로 나눈 값으로 클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불평등 문제가 주로 소득 상위 10%와 하위 40% 간의 소득분배에서 발생하고, 상위 11~60% 중간층의 소득 몫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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