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이사 "고급물 소비 유행…물 연구 발전가능성 무궁"
물도 돈이 되는 시대다. 지난해 국내 물 시장 규모는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시판되는 생수만 해도 국내 브랜드가 200여 개, 해외 브랜드가 300여 개에 달한다. 한 병에 10만원이 넘는 생수마저 등장했다. 물을 다루는 ‘워터 소믈리에(Water Sommelier)’도 주목받고 있다. 워터 소믈리에는 음식이나 개인 취향에 맞춰 어울리는 물을 추천해주는 전문직업이다.

국내 대표 워터 소믈리에인 김하늘 더좋은물 이사(사진)는 10일 “물은 모든 사람이 매일 마시는 필수불가결한 음료지만 세계적으로 물 연구를 시작한 건 30여 년 전에 불과하다”며 “그만큼 희소성 있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고 밝혔다. 더좋은물은 그가 지난달 설립한 국내 최초의 물 컨설팅 회사다.

그의 집무실은 세계 다양한 언어의 라벨이 붙은 수백 종의 생수병으로 가득했다. 김 이사는 “몇 년 전부터 프리미엄 물 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젊은 층 사이에서 고급 물을 마시는 게 유행처럼 자리잡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워터 소믈리에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600여 명. 이들 중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활발하게 일하는 워터 소믈리에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일부 워터 소믈리에는 와인 소믈리에 활동을 병행하며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다. 김 이사는 경희대 외식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에서 관련 교육을 받았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워터바’에서 근무하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4년 워터 소믈리에 경연대회에서 한국 대표로 나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물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갈증 해소 기능에 충실한 ‘데일리 워터’(매일 마시는 물), 음식과 궁합을 맞춰 마시는 ‘테이블 워터’(식사용 물), 성분 등을 따져서 마시는 ‘힐링 워터’(기능성 물) 등이다. 물도 음식과 궁합이 있다. 김 이사는 “국물 요리나 찌개엔 목넘김이 부드럽고 청량한 연수(軟水·단물), 볶거나 튀긴 음식에는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경수(輕水)가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미네랄 함량이 무조건 높다고 좋은 건 아니다. 오히려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몸 상태와 음식 메뉴에 따라 적합한 물을 고르면 좋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수돗물을 정수해 많이 마시는데 주거지의 하수 처리장, 배관 상태 등에 따라 물맛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맛 좋은 물’은 무엇일까. 김 이사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니 렌털 업체별로 소비자 선호도가 달랐다”며 “쓴맛과 짠맛이 나거나 약품 냄새가 풍기는 물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