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품 브랜드는 그동안 백화점에서 ‘계륵’이었다. 백화점 이미지를 좋게 하고 매출도 높게 나오지만 ‘실속’이 없었기 때문이다. 입점 브랜드가 판매액에서 백화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명품의 경우 10%대에 불과하다. 백화점에선 40% 안팎의 수수료를 내는 여성 패션, 잡화 등을 주력으로 삼았다.하지만 최근 명품 매출이 급격히 늘자 위상이 바뀌었다. 작년 4분기 국내 백화점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다. 명품은 반대로 이 기간 10.6% 늘었다. 핸드백, 구두, 여성복 등 대부분의 상품군 매출이 빠지는데 명품은 ‘나홀로 호황’을 누렸다. 국내 백화점의 명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 백화점의 명품 매출 비중은 20%가량. 올 들어 백화점들이 해외 명품 유치경쟁을 벌이고 매장을 확장하고 있는 이유다.명품 많을수록 백화점 매출 뛰어백화점이 해외 명품에 목을 매는 것은 명품이 잘 갖춰질수록 매출이 급격히 늘기 때문이다.매출 상위 매장이 특히 그렇다. 단일 매장으로 매출 1조원을 넘긴 국내 4개 백화점 중 롯데백화점 본점을 제외하고 신세계 강남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모두 3대 명품(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명품 구색이 좋을수록 소비자가 백화점을 많이 찾고 돈도 더 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를 누가 더 많이 갖추느냐에 따라 경쟁 구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롯데백화점은 기존 ‘대중적인 백화점’ 이미지를 벗고 명품으로 매장을 채워나가고 있다. 김혜라 롯데백화점 해외패션부문장을 작년 말 그룹 인사에서 임원(상무보B)으로 파격 승진시킨 것도 명품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롯데는 본점 등 서울 위주인 명품 브랜드를 지방으로 적극 확장하기로 했다. 온라인몰 ‘엘롯데’에서도 명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방문객이 감소하고 있지만 객단가(1인당 매출)는 반대로 늘고 있다”며 “이는 소비 트렌드가 점점 고급화된다는 의미로, 백화점도 이 추세에 맞게 명품 위주로 매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서울 압구정동에 명품관을 운영 중인 갤러리아백화점은 대전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명품 전문관으로 바꾸는 중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와 신규 입점을 논의 중이다. 명품관을 주로 찾는 VIP 회원 서비스도 강화했다. 이들을 위한 전용 공간을 새로 짓고, 매장에 없는 브랜드는 서울까지 ‘원정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SNS 확산 영향도 커국내에서 해외 명품 소비가 느는 주된 이유로 전문가들은 ‘가치소비’ 트렌드를 꼽았다.과거 명품은 고소득자 위주로 소비됐다. 명품이 잘 팔리면 ‘고소득자가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석했다. 요즘은 아니다. 누구나 명품을 구입한다. 국내 한 면세점 관계자는 “매장 직원이 방문객의 옷차림만 보고도 구매할 사람인지 정확하게 맞히던 때가 있었다”며 “지금은 이 기준이 일절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만원짜리 유니클로 청바지를 입는 평범한 대학생, 직장인 등도 거침없이 명품을 구매한다는 얘기다.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믿는 상품은 아낌없이 소비하는 행태가 가치소비다.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달러를 넘어선 뒤 이 같은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명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득별로 구매해야 하는 브랜드와 상품이 불문율처럼 정해져 있던 시대에서 벗어나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고가품을 구입한다”며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이 같은 소비의 개인화 현상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소셜미디어(SNS) 확산도 큰 영향을 미쳤다. SNS에 주로 올리는 콘텐츠 중 하나가 패션, 음식, 여행 등 소비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명품 소비는 SNS의 단골 소재다. 최 교수는 “남이 명품을 구매했으면 나도 사도 된다는 식으로 사람들이 정당성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신세계백화점이 프리미엄 맞춤 셔츠 브랜드 ‘카미치에’를 새롭게 선보인다. 2016년 프리미엄 캐시미어 브랜드 ‘델라라나’를 시작으로 ‘아디르’ ‘일라일’ ‘언컷’ ‘시코르’ ‘S’ 등을 줄줄이 내놓은 신세계백화점의 여섯 번째 자체 브랜드다.제작 공정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회사 설명이다. 스위스 알루모사의 고급 원단을 사용했고, 고급 셔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광택을 최대한 살렸다. 알프스산맥의 물로 가공되는 알루모사 원단은 인위적인 공법 없이도 은은한 광택을 낸다. 원단은 영국의 윌리엄 왕자, 할리우드 배우 주드 로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이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셔츠 박음질에 필요한 실도 엄선했다. 세계 실 시장 점유율 1위인 독일의 괴테만사 봉제실이 만들었다. 옷에 활동성을 더할 수 있는 괴테만사 봉제실이 만든 실은 일반 실보다 탄성도가 높다. 끊어지기 쉽고 셔츠의 공정 과정이 길다는 단점에도 고급 셔츠 제작에 많이 쓰이는 이유다.단추는 자개 단추를 썼다. 관리가 어려울 뿐 아니라 플라스틱 단추에 비해 30배가량 비싸 기존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사용하기를 꺼리는 단추다. 셔츠의 디테일을 강화하기 위해 과감히 도입했다.신세계백화점은 맞춤복 관련 콘텐츠를 최근 보강하고 있다. 편집숍 분더샵 클래식에선 세분화된 계측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프리미엄 원단, 소비자 체형 데이터베이스까지 구축했다. 국내에서 가장 앞선 고객 관리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다.‘고루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맞춤복은 최근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나를 위한’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브랜드의 이름보다 개성 있는 디자인, 잘 만들어진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0~40대를 중심으로 ‘비스포크’(고급 맞춤복)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이탈리아 등 비스포크 선진국의 기술이 도입된 비스포크 숍이 2010년부터 한남동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신세계백화점의 남성 클래식 장르 내 셔츠와 정장 브랜드도 2014년부터 비스포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의 고객은 최근 5년 새 30%가량 늘었다고 백화점 측은 전했다. 박순민 신세계백화점 패션담당 상무는 “소비 트렌드가 변함에 따라 가장 멋있는 모습을 끌어낼 수 있는 맞춤복이 30~40대를 중심으로 재조명되고 있다”며 “고급화, 개인화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이들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카미치에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신세계백화점은 2016년부터 상품 기획과 디자인, 제작, 판매, 브랜딩까지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한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2016년 처음으로 선보인 자체 프리미엄 캐시미어 브랜드 델라라나와 지난해 9월 출시한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 S는 단정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여성복을 원하는 소비자의 수요에 맞춘 것이다. 델라라나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1.4% 증가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백화점은 밝혔다. 일하는 여성을 타깃으로 선보인 컨템포러리 브랜드 S는 선보인 지 한 달 만에 계획 대비 40% 초과 달성한 매출을 기록했다.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신세계백화점이 본점 와인하우스에서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꿀술 ‘사랑을 담아’(500mL)를 5일 선보였다. 오는 14일까지 판매하는 이 술은 서울의 들꽃 꿀과 물, 효모만을 재료로 썼다. 화학 첨가물이 없고 자극적이지 않은 단맛이 특징이다. 가격은 한 병에 6만원이다. 신세계백화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