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 회장, 대구은행장 겸직 추진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사진)이 대구은행장 겸직을 추진한다. 은행장을 겸직하지 않겠다던 김 회장이 태도를 번복한 데다 은행 이사회와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DGB금융지주 이사회는 11일 자회사 최고경영자추천후보위원회를 열어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으로 추천하고 2020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인 겸직 체제를 운영하기로 결의했다. 대구은행장은 지난해 3월 말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채용비리 수사 등으로 퇴임한 이후 지금까지 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DGB금융지주 이사회 관계자는 “현재 경영위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습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 안정을 위해선 김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하는 것이 최선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구은행에서 추천한 노성석 전 DGB금융 부사장과 박명흠 전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을 포함한 6~8명의 역량과 은행장으로서의 자질을 종합적으로 심의한 결과 채용비리 관련, 비자금 관련, 펀드 손실보전 관련 등으로 인해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오는 15일 대구은행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받고 29일 주주총회를 거치면 선임된다. 하지만 임추위를 구성하는 은행 이사회가 이미 김 회장의 행장 겸직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구은행 안팎의 분석이다. 대구은행 이사회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회장 겸 행장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 비리를 차단한다는 원칙을 정했다가 10개월 만에 뒤집었다”며 “행장을 겸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힌 김 회장 역시 신뢰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대구은행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내부 출신 후보자를 선출하지 못하면 전 직원과 함께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DGB금융 관계자는 “만약 15일 대구은행에서 김 회장이 추천받지 못하면 지주 차원에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DGB금융은 대구은행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은행 이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의 행장 겸임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다.

대구은행 안팎에선 하나금융 출신으로 외부 인사인 김 회장이 처음부터 행장 겸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회장 임기가 2021년 3월 말인데 2020년 12월 말까지 겸임하는 것을 ‘한시’라고 표현한 것은 문제가 있으며, 결국 연임하기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