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로켓배송’ 상품 한도를 없앴다. 1만9800원 이상 구입해야 가능했던 로켓배송을 지난달부터 모든 상품에 해주기로 한 것이다. 로켓배송은 쿠팡의 배송 전담 직원인 ‘쿠팡맨’이 다음날 주문한 상품을 가져다주는 쿠팡의 배송 서비스다. 이에 따라 주문액 한도 없이 무료 배송을 해주는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이 국내에서도 생겼다. 쿠팡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하는 무료 행사”라면서도 “언제 끝낼지는 정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2조 '실탄' 장착한 쿠팡, 파상공세 시작
“물류센터 연내 지금의 두 배로”

쿠팡이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작년 11월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실탄’이 두둑해진 덕분이다.

로켓배송 주문액 한도를 없앤 것은 큰 ‘액션’이다. 업계에선 쿠팡이 모든 배송을 무료로 해주면 매달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른 주요 e커머스는 시도조차 못한다.

쿠팡은 로켓배송의 ‘맛’을 한번 보면, 소비자의 충성도가 크게 높아진다고 판단했다. 로켓배송을 한 번도 안 써본 새로운 소비자도 많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로켓배송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유입된 고객이 계속 머물러 있게 하기 위해 배송의 품질도 동시에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만 하루 걸리던 로켓배송 시간을 반나절로 단축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오전 9시에 주문하면 그날 오후에 가져다주는 ‘당일 배송’ 서비스를 작년 11월21일부터 시작했다. 아직은 서비스 초기 단계여서 배송 가능 지역이 좁고 품목도 제한돼 있지만 점차 지역과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밤 12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문 앞에 가져다주는 ‘새벽 배송’도 최근 시작했다. 서비스 이름은 ‘로켓프레시’다. 작년 12월 말 기준 서비스 상품 수는 2000여 개, 가능 지역은 서울과 인천, 경기 일부 지역이다. 올해는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식품 위주인 경쟁사의 새벽배송과 다르게 쿠팡은 우유, 달걀과 함께 아이 학용품까지 상품을 다양화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당일배송, 새벽배송은 쿠팡의 유료 회원 ‘로켓와우’에 가입한 소비자 전용 서비스다. 입소문이 나면서 로켓와우의 유료 회원은 100만 명을 넘었다. 서비스 시작 두 달 만이다. 새로 유입된 사용자들이 로켓와우로도 많이 옮겨 가고 있다.

쿠팡은 물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도 진행 중이다. 당일배송, 새벽배송이 전국에서 가능하려면 물류 면적이 최소 올해에만 작년 말 대비 두 배 이상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보유한 물류센터는 인천, 경북 칠곡, 충남 천안 등 전국 10여 곳으로 이들 물류센터 면적은 총 110만㎡다. 연말께 200만㎡ 이상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전문관 신설 등 새로운 시도

쿠팡은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데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 상품 데이터베이스(DB) 제공을 시작했다. 쿠팡은 네이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16년 11월 DB 제공 제휴를 끊은 바 있다. 이번 제휴로 네이버엔 200만 개가 넘는 쿠팡 상품이 노출되고 있다. 기저귀, 화장품 등의 상품을 검색하면 쿠팡이 화면 상단에 자주 뜬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배너 광고도 최근 시작했다. 주로 스마트폰 사용자를 겨냥해 모바일 버전에 광고를 배치했다. 오프라인 광고도 시작했다. 지난달 말부터 서울, 경기 지역 내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모니터 약 2만 대를 통해 쿠팡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특정 분야의 상품을 모아 놓은 ‘전문관’도 잇달아 열고 있다. 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큰 ‘헤비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이다. 작년 11월 연 낚시 전문관에는 약 50만 개의 낚시용품을 모아 놨다. 바다낚시, 민물낚시, 미끼 등 11개로 하위 분류를 해 상품 검색과 비교가 쉬운 게 특징이다. 감성돔, 볼락, 붕어 등 어종별 용품을 볼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골프, 방한용품, 학용품, 유아용품 등 작년에만 30여 개 전문관을 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