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이 된 국내 2위 철강업체 현대제철 사장의 후임 인선이 늦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부 철강 전문가 영입설이 나오는 가운데 동종(同種)업계 취업 금지 조항 탓에 영입에 애를 먹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63)은 지난 12일 현대자동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고문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같은 날 후임 사장 선임은 없었다. 대신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61)이 현대로템 부회장으로 옮기고,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62)이 현대제철 부회장으로 이동하는 등 부회장 인사만 이뤄졌다. 지난 19일 실시한 현대차그룹 임원 인사는 부사장 이하 직급이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당분간 현대제철 사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제철은 내부 승진 대신 포스코 등 외부에서 새 사장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쇄신 인사를 통한 그룹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어서다. 당진제철소의 고로(용광로) 증설 등 현대제철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국내 1위 철강업체인 포스코 출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철강업계 안팎에선 올해 초 포스코 사장에서 물러난 A 전 사장과 지난 6월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서 후보에 올랐던 제철소장 출신의 B 전 사장 등이 현대제철 새 사장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동종업계 경쟁사에 취업해선 안된다는 전직 금지 약정 때문에 포스코 출신 퇴직 임원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퇴직 임원 영입 소식을 접한 포스코가 유감을 표명하는 등 동종업체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현대제철에 부담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 1, 2위가 퇴직 임원 영입을 놓고 소송전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현대차그룹의 외부 인사 영입 의지에 따라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