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枯死 위기' 방위산업
2017 방산업체 경영 분석

매출 12.7조…전년비 14% 급감
영업이익률도 0.5%로 곤두박질, 당기순이익은 1091억 적자전환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 수두룩

업계 "무리한 방산비리 수사에다 막대한 지연배상금 등이 발목"
정부, 방산진흥법 제정 나서
국방부가 14일 서울 용산동 국방컨벤션에서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었다. 김지찬 LIG넥스원 사장(오른쪽 첫 번째)과 최평규 한국방위산업진흥회장(S&T그룹 회장·세 번째) 왕정홍 방위사업청장(네 번째) 등 참석자들이 간담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국방부가 14일 서울 용산동 국방컨벤션에서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었다. 김지찬 LIG넥스원 사장(오른쪽 첫 번째)과 최평규 한국방위산업진흥회장(S&T그룹 회장·세 번째) 왕정홍 방위사업청장(네 번째) 등 참석자들이 간담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유도무기와 레이더 등을 생산하는 방산업계 매출 1위(1조7613억원) 기업 LIG넥스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3억원에 불과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0.24%에 그쳤다.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연 2% 안팎)보다 낮다. 1년간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의미다. 유망 수출산업으로 꼽히던 방위산업이 고사(枯死) 위기에 몰렸다.

▶본지 12월11일자 A1, 15면 참조

34년 만에 뒷걸음질

14일 방산업체 모임인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에 따르면 국내 93개 방산기업(정부 지정 업체)의 지난해 방산부문 매출은 12조7611억원으로 2016년(14조8163억원)보다 13.9% 감소했다. 방산기업의 전체 매출이 줄어든 것은 방진회가 198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방산업계의 수익성은 이미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93개 방산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02억원으로 전년(5033억원)과 비교해 88% 급감했다. 2016년 3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2100억원의 적자를 냈다. 회계 기준 변경과 감사원 감사에 따른 납품 지연으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방산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도 2010년 7.4%에서 2016년엔 3.4%로 ‘반토막’ 난 데 이어 작년엔 0.5%까지 떨어졌다. 같은 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8.3%, 한국은행 집계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LIG넥스원(0.24%)은 물론 한화시스템과 한화디펜스, 한화지상방산 등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도 1.8~3.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방산기업의 세전 순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96억원과 109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상당수 방산기업은 번 돈으로 대출 이자도 못 갚는 상태”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삼성처럼 방위산업을 포기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은 2015년 7월 한화에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매각하고 방위산업에서 철수했다. 이듬해엔 두산도 보병전투장갑차 등을 생산하는 두산DST를 한화에 넘겼다. 2016년 100곳이던 방산업체는 93개로 줄었다.
과도한 규제·적폐수사에 '비명'…93개 방산기업 매출 34년 만에 감소

규제로 신음하는 방산업체

방산업계와 전문가들은 과도한 성능요구조건(ROC)과 막대한 지체상금(납품지연 배상금), 불합리한 원가 산정 등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방위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검찰과 감사원의 과도한 방산비리 의혹 수사 및 감사 관행도 방산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도입 때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만을 요구하는 ROC는 방산업계의 기술 개발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미국과 독일, 이스라엘 등 방산 선진국은 대부분 실전 배치와 운용 단계를 거쳐 성능을 높이지만 한국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완벽한 무기만을 고집한다.

ROC 합격에 실패해 납기일을 맞추지 못한 방산기업은 막대한 지체상금을 물어야 한다. 지체상금은 계약 이행이 늦어지면 지체된 기간에 대해 하루에 계약액의 0.075%만큼 방사청이 업체에 부과하는 벌금이다. K2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1700억원)과 군함·잠수함 등을 건조하는 대우조선해양(1000억원), 총기제작업체 S&T모티브(1000억원) 등 주요 방산기업은 지체상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무리 납품이 늦어도 지체상금이 사업비의 10%에 그치는 수입 무기와의 역차별 논란도 거세다. 생산원가를 방위사업청에 신고하는 것은 물론 단순 부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의 잘못까지 원청업체에 책임을 묻는 관행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방산업계 침몰을 막기 위해 수출 확대 등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최평규 한국방위산업진흥회장(S&T그룹 회장), 김지찬 LIG넥스원 사장 등 14개 방산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했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방산기업 CEO들에게 애로 및 건의 사항을 들었다. 방사청은 ROC를 초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방산 수출 확대와 중소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방위산업진흥법 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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