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다산기술상 시상식이 5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렸다. 대상을 받은 정원철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수석연구원(왼쪽 다섯 번째) 등 수상자와 회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윤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심사위원장), 김정호 현대자동차 홍보실 차장, 김영덕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연구기획 그룹장(공공부문 기술상·박성호 RIST 원장 대리 수상),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상무·대기업부문 기술상), 정 수석연구원, 강호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 이혁렬 에스폴리텍 대표(중소·중견기업부문 기술상), 이 대표의 부인 한현애 씨,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2018년 ‘다산기술상’ 대상의 영예는 정원철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수석연구원에게 돌아갔다. 정 수석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이용한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을 개발해 한국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반도체 생산의 핵심 과정 가운데 하나인 노광 공정은 빛을 이용해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EUV 노광 장비는 기존 불화아르곤(ArF) 장비에 비해 파장 길이가 14분의 1 미만으로, 세밀한 회로 패턴을 새겨넣는 데 유리하다. 반도체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한된 크기 안에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게 중요하다.EUV를 적용한 7나노 공정은 삼성전자 독자 개발 기술이다. 개발 기간 560건 이상의 특허를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EUV를 활용한 7나노 공정을 적용하면 기존의 10나노 공정과 비교해 똑같은 크기의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가 40%가량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전력 효율은 약 50% 개선되고, 반도체 성능은 20%가량 향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향후 3년간 7나노 공정으로 모바일, 전장용 반도체 부문에서 3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말했다.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EUV 장비 도입에 성공함에 따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인 대만 TSMC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50.4%(작년 IHS마킷 기준)를 장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7나노 양산 체제를 갖췄지만 여전히 불화아르곤 장비를 쓰고 있다. EUV 장비 도입은 내년으로 늦췄다. 향후 더 미세한 공정으로 넘어갈수록 EUV 장비 적용은 필수적이다. 선제적으로 EUV 기술을 활용한 7나노 공정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기 화성 반도체 공장에 6조원 이상을 투자해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대규모 EUV 전용 공정을 구축하고 있다.이번 공정 개발을 이끈 정 수석연구원은 서울대 금속공학과에서 학·석·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1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 입사했다. 2009년부터 현재 몸담은 반도체연구소 로직TD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번 공정 개발 이전에는 14나노 공정 개발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8890 제품 양산에, 8나노 공정 개발로 지난 11월 발표한 엑시노스9820 개발에 기여했다.글로벌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삼성전자 연구원들에게 신기술 개발은 경쟁사와의 싸움이자 ‘자신과의 싸움’이다. 정 수석연구원은 “반도체 미세화 공정에는 이정표가 없어 도중에 길을 잃기도 하고 우왕좌왕하다 넘어지기도 했다”며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토대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장애물에 부딪혔을 때 뚫고 나가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그는 “1993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세계 1위를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최고의 만족을 주는 ‘파운드리 넘버원’으로 거듭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 정신을 이어받아 신기술로 국가산업발전에 이바지한 성과를 발굴하는 ‘다산기술상’이 올해로 27회째를 맞았다. 올해 영예의 대상은 정원철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차지했다. 기술상에는 김세훈 현대자동차 상무, 이혁렬 에스폴리텍 대표이사, 그리고 박성호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이 선정됐다.정 수석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이용한 7나노 공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총 560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향후 3나노까지 이어지는 공정 미세화를 선도할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기술상을 받은 김 상무는 현대자동차 연료전지 개발을 총괄하면서 수소자동차 넥쏘 개발을 주도했다. 이 대표는 온실용 복층판, 보안카드용 PC 무광택 필름 등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다. 박 원장은 전착공정 기반의 고에너지밀도 2차전지용 리튬금속 음극 등을 개발해 국내 2차전지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상무·사진)은 차세대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 넥쏘의 개발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7회 다산기술상 대기업부문 기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지난 3월 양산을 시작한 넥쏘는 한 번 충전으로 609㎞를 달릴 수 있는 친환경 수소차다. 시판되는 수소차 중에서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가 가장 길다. 완전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내외다. 넥쏘는 현대차가 2013년 내놓은 세계 첫 수소차 투싼 ix FCEV를 잇는 모델이다. 김 상무는 2003년 현대차에 입사해 수소차 스택설계 파트장을 거치며 두 차량의 개발을 이끌었다.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넥쏘의 최대 출력은 163마력으로 동급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영하 30도에서도 시동이 걸려 추운 날씨엔 시동이 잘 걸리지 않던 기존 수소차의 약점도 극복했다.수소차는 유해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공기를 정화하는 공기청정 기능도 갖추고 있다. 수소차가 ‘궁극(窮極)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이유다. 넥쏘를 한 시간 운행하면 26.9㎏의 공기가 정화된다. 성인(체중 64㎏ 기준) 42.6명이 1시간 동안 호흡할 수 있는 양이다. 넥쏘 10만 대가 2시간 동안 도로 위를 달리면 성인 845만 명이 1시간 동안 호흡할 수 있는 공기가 정화된다. 845만 명은 서울시 전체 인구의 86%에 달하는 규모다.현대차는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계획에 발맞춰 2022년까지 수소차 누적 판매량 1만 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등 모든 종류의 친환경차를 양산하고 있다. 현재 13종인 친환경차를 2025년까지 38종으로 늘릴 계획이다.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