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라 미 제조업 경쟁력 잃으면 철강업계도 타격 불가피
'잇단 증설로 공급과잉 우려' 목소리…제조업선 악영향 가시화


미국 철강업계의 경영실적이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유에스스틸, 뉴코 등 미국 철강업계 4개사의 3·4분기 순익은 14억 달러(약 1조5천7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5배로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부과한 철강관세로 가격이 올라 이익률이 개선된 덕분이다.

업계에서는 증산을 추진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철강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미국 제조업 자체가 경쟁력을 잃어 영향이 철강업계로 되돌아올 위험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일 지적했다.
미 철강업계, 관세 덕에 10년래 최고 수익…'양날의 칼'
유에스스틸은 3·4분기 순익이 2억9천1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강관과 강판 t당 판매가격은 12-18% 올랐다.

데이비드 브릿트 최고경영자(CEO)는 "철강가격 하락과 수주감소를 겪은 끝에 마침내 시황이 호전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올 3월 일본, 중국 등의 철강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6월에는 대상을 유럽과 멕시코, 캐나다로도 확대했다.

관세인상 효과는 미국 국내시장에서 현저하게 나타났다.

열연코일 가격은 봄부터 오르기 시작, 6월에는 연초 대비 t당 1천 달러로 상승했다.

작년 10월말 930달러 전후였으니 올들어 30%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일본 종합상사의 철강담당자는 "관세 등을 등에 업고 철강수요 증가를 앞서는 속도로 가격이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존 펠리오라 뉴코 CEO는 "관세 덕분에 9월까지 미국의 철강수입이 11% 감소했다"면서 "4·4분기에는 사상 최고이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3·4분기 판매가격도 전년 대비 23% 상승했다.

스틸다이나믹과 AK스틸을 포함한 철강 4사의 합계 이익은 지난 10년래 최고 수준이다.

기회를 놓칠세라 미국 철강업계는 증산을 추진하고 있다.

뉴코는 켄터키주 압연공장에 6억5천만 달러를 투자해 자동차용 강판 생산능력을 90% 증강할 계획이다.

유에스스틸은 일리노이주 공장에 800명을 추가 채용해 제2고로를 재가동해 생산능력을 20% 늘릴 방침이다.

유에스스틸 일리노이제철소에 공작기계를 납품하는 메이커 간부는 "일감이 늘고 있는 건 트럼프 대통령 덕분"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철강업계는 의기양양해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직접 영향을 받는 분야는 철강재 수요가 많은 제조업이다.

건설기계 메이커인 캐터필라는 3·4분기 원자재 가격이 전년 대비 2% 상승했다.

철강관세부과에 따른 비용부담이 연간 1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석유업계에서는 강관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멕시코만 주변의 송유관 건설이 늦어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GM은 차량용 강판 조달가격 상승을 이유로 4·4분기 경영목표를 하향수정했다.

또 무역마찰 확대에 대비, 북미지역 정규직 5만명 중 1만8천여명을 대상으로 조기희망퇴직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자동차(FCA)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중국판매 부진이 겹쳐 3·4분기에 적자를 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철강업계가 가격을 지나치게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 자동차와 건설기계 시장이 주저앉아 미국내 철강수요가 얼어붙을 위험성도 있다.

이미 전조가 보이고 있다.

세계철강협회는 최근 미국의 내년 철강수요가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실적(6.4% 증가)과 올해 전망(2.3% 증가)보다 둔화된 수치다.

시티그룹의 알렉산더 해킹 애널리스트는 "수요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는데 철강업체들이 증산을 계획하고 있어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6일로 예정된 중간선거가 끝나면 정부의 돈풀기 정책이 안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세계철강시장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는 내년 세계철강수요를 올해 전망치 대비 1.4% 증가한 16억8천100만t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망치인 전년대비 3.9% 증가보다 둔화된 증가율이다.

무역전쟁 장기화로 중국의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진 게 원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