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해 푸본현대생명(옛 현대라이프생명)의 대주주가 된 대만 최대 생명보험사인 푸본생명의 경영 방식이 보험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최고경영자(CEO)를 재신임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 재편에 나서는 등 동양생명과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한 중국안방보험의 경영 방식과 비교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안방보험과 180도 다른 대만 푸본의 경영 방식
푸본생명은 지난달 13일 푸본현대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지분율이 기존 48.6%에서 62.4%로 높아졌다. 같은 날 이재원 현대라이프생명 대표이사(사진)를 푸본현대생명 대표이사로 재신임했다. 특히 푸본생명은 이 대표의 직급을 기존 상무에서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시켰다. 이 대표는 2021년 9월까지 3년간 푸본현대생명을 이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보험업계에선 푸본생명이 모회사 인사를 새 CEO로 임명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이 대표 체제를 유지해 경영 안정성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재신임과 함께 기존 이사진도 전원 유임됐다.

2015년과 지난해 잇따라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 안방보험은 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을 대부분 모회사 출신 중국인 또는 중국계 인사로 물갈이했다. 동양생명 공동대표였던 구한서 사장은 지난 3월 재선임에 실패하면서 안방보험 출신인 뤄젠룽 사장이 단독대표에 올랐다.

푸본현대생명은 현대라이프생명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였던 연금보험 및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 영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여기에 푸본생명의 앞선 노하우를 전수받아 개인연금보험 상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편할 계획이다. 푸본생명은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대만에서 개인연금보험을 주력으로 팔았다. 하지만 단기간에 상품을 무리해서 늘리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강점을 살려가며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게 푸본현대생명 측 설명이다.

반면 안방보험이 인수한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인수 직후부터 부채 부담이 많은 저축성보험에 드라이브를 걸며 외형만 키우는 데 주력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안방보험 경영권마저 중국 정부로 넘어가면서 한국 자회사의 몸집을 불려 되판 뒤 차익만 챙겨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푸본생명은 2015년 전략적 제휴를 통해 당시 현대라이프생명 경영에 참여한 이후 차근히 경영권 인수를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푸본생명의 성공 노하우를 국내 시장에 접목해 기존 영업과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민/서정환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