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자금 유입 줄고 정부 규제까지…박스권 맴도는 비트코인
올초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원대까지 치솟으며 ‘투자 광풍’을 불러왔던 가상화폐(암호화폐)는 최근 들어 수개월째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하며 좁은 박스권에서 머물고 있다.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700만원대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각국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로 신규 자금 유입이 크게 줄어든 데다 상승 모멘텀도 부족해 가격 상승폭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정부 규제가 당분간 완화될 가능성도 극히 낮아 가상화폐의 향후 단기 반등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하루 거래대금 10분의 1로 줄어

지난 12일 기준 가상화폐거래소인 코인원에서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1코인당 720만원대에 거래됐다. 지난 1월 초 최고 2661만원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올초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도입 등 본격적인 규제를 도입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4월 700만원대로 떨어졌다. 이후 5월 중순 한때 1000만원까지 소폭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이달까지 700만원대의 좁은 박스권에서 머물고 있다.
신규자금 유입 줄고 정부 규제까지…박스권 맴도는 비트코인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건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 유입되는 신규 자금이 크게 줄어든 데다 향후 가격 상승을 주도할 대형 매수자도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올초 가상화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금융당국은 본격적인 규제를 도입했다. 실명 인증을 해야 새 가상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고, 은행들은 거래소에 대한 신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대표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의 하루 거래대금은 6조5000억원에 달했지만 이달 초엔 하루 평균 6000억원에 머물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대형 투자 주체가 나타날 조짐이 없다는 점도 가격 흐름이 지지부진한 또 다른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국내 거래소의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되는 ‘김치프리미엄’이 발생했던 것도 중국에서 막대한 투자 자금이 국내로 유입된 것이 시초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거래소 운영을 전면 금지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갖고 있던 중국 투자자들은 자국을 대체할 거래 시장으로 당시 규제가 전혀 없던 한국을 골랐다.

◆향후 상승 주도할 모멘텀 없어

향후 상승 모멘텀이 사실상 없다는 점은 가상화폐의 단기 반등을 부정적으로 내다보는 가장 큰 원인이다. 금융당국 규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11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종구 위원장은 “가상화폐공개(ICO)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피해도 심각하다. 해외 사례를 봐도 ICO에 대해 보수적이거나 금지하는 곳이 많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 때문에 지난 11일 오전까지 740만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다음날인 12일 720만원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신규자금 유입 줄고 정부 규제까지…박스권 맴도는 비트코인
가상화폐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IMF는 지난 8일 연차총회 보고서에서 “가상화폐 자산의 빠른 성장이 계속되면 국제 금융체계에 새로운 취약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버 보안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가상화폐가 추가적인 리스크가 되고 금융 상품과 서비스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최근 글로벌 증시 위축으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크게 취약해진 것도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매수세를 늦추고 있는 배경이다. 더욱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억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업체를 잇따라 조사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 시장에서 가상화폐의 단기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EC는 헐값에 매입한 코인에 대한 가짜 정보를 유포한 뒤 높은 가격에 팔아 치우는 소위 ‘펌프 앤드 덤프(Pump-and-Dump)’ 수법을 쓴 것으로 보이는 업체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