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수입 수요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가 확대돼 수입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한국의 선진국 수출이 크게 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韓銀 "G7 경기 좋아져도 한국 수출이 늘진 않을 것"
한국은행이 2일 내놓은 ‘선진국 수입 수요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의 수입 수요에 대한 한국의 수출 탄력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엔 2.22로 탄력적이었으나 위기 이후 0.90으로 비탄력적으로 변화했다. 보고서는 2000~2016년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G7 국가의 수입 수요가 한국의 대(對)G7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수입 수요에 대한 수출 탄력성은 수입 수요가 한 단위 늘었을 때 수출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나타낸 수치다. 탄력성이 1보다 크면 수입 수요가 늘어나는 것보다 수출이 더 크게 증가(탄력적)한다는 의미고, 작으면 그 반대(비탄력적)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금융위기 전까지 G7 국가의 수입 수요가 1%포인트 오를 때 한국의 대G7 수출 증가율이 2.22%포인트 올랐으나 금융위기 이후에는 증가율이 0.90%포인트에 그쳤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 등 주요 생산기지의 부품 자급률이 상승하는 등 국제 분업구조가 약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또 총수요에서 투자 등 수입집약도가 높은 부문의 비중이 줄어든 반면 정부지출 등 수입집약도가 낮은 부문 비중이 늘어난 게 이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등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돼 선진국 경기 호조가 곧바로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낮아진 데다 한국 수출시장이 선진국 외 신흥국으로 다변화된 영향도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향후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가 확대되면서 수입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한국의 대선진국 수출의 급격한 성장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 “중국 및 신흥국을 포함한 글로벌 수입 수요와 한국 수출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