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8일(현지시간) 대(對)이란 제재 부활을 선언하면서 이란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제재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하기로 했다.

이란 제재가 재개되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곳은 정유업계다. 작년 한국 전체 원유수입에서 이란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13.2%에 달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도 이란산 원유의 10%가량인 하루 28만 배럴을 수입했다.

미국은 이란 에너지와 석유화학 부문을 주요 제재 대상으로 꼽았다. 당장 90일 뒤인 8월3일부터 이란산 원유의 달러화 결제가 불가능해진다. 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에 대해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재개되면 한국 기업의 이란산 원유 수입이 실질적으로 막힌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악재가 겹쳤다”며 “제재 부활에 대비해 원유 수입을 다변화했지만 일정 정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이란 수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이란과의 교역 창구 역할을 수행하던 원화결제계좌가 닫힐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이란 정부는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대금을 국내 은행의 원화 계좌에 쌓아두면서 이란으로 들어가는 수출대금과 정산하는 방식으로 한국과 무역거래를 해왔다.

이란 수입 업체가 이란 중앙은행에 수입대금을 결제하면 국내 은행들이 이란 중앙은행을 대신해 수출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고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원화결제계좌가 폐쇄되면 이란에 자동차 냉장고 디스플레이 등을 수출하는 기업이 직격탄을 맞는다.

정부는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서두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산업부 차관을 대책반장으로 하는 이란 제재 대책반을 긴급 개설했다. 미국과 협의해 제재 예외국으로 인정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은 과거 제재 때도 미국 정부와 협상해 일본 인도 중국 터키 등과 함께 이란과의 원유 수입과 원화결제계좌 개설을 예외적으로 허용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가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하지 않는 ‘미국만의 제재’라고 하더라도 파급력이 예상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