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지금 KTX 타고 가니까 오후 4시 전에는 찾아뵙고 전달해드릴 수 있을 겁니다.”

지난달 한 명품시계 브랜드 매장의 매니저는 1억5000만원짜리 명품시계를 찾는 부산 지역 소비자를 찾아가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했다. 부산에도 매장은 있지만 고가 시계는 국내에 한두 개만 들어오기 때문에 서울에서 가져간 것이다. 매니저는 자물쇠를 채운 상자를 애지중지 품에 안고 갔다.

명품업계에선 초우량고객(VIP) 중에서도 ‘큰손’을 의미하는 VVIP를 위한 마케팅이 따로 있다.

주얼리는 한 번 사면 관련 제품을 세트로 구입하거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추가로 사는 소비자가 적지 않아 VVIP 응대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들은 연말 파티를 열거나 신제품 출시 행사를 할 때 VVIP 이벤트를 따로 준비한다.

VVIP 모델 체험도 그중 하나다. 화장, 머리 손질을 받고 드레스에다 명품 신상 주얼리를 착용하게 한 뒤 이들만을 위한 패션쇼를 연다. 이런 행사엔 VVIP의 친구, 가족만 초청받는다.

명품시계 브랜드도 VVIP를 극진히 모신다. 주요 소비자는 중소·중견기업 사장이다. 그들은 때로 선물도 하기 때문에 몇백만원짜리 시계를 수시로 사간다. 매년 시계전시회가 스위스에서 열리면 시계 브랜드들은 VVIP를 부부 동반으로 ‘모셔’ 가곤 한다.

비즈니스석 항공권은 물론 5성급 호텔 숙박비, 최고급 레스토랑 예약과 주변 관광 가이드까지 모두 브랜드가 결제한다. 전시회장에서 신상 시계를 제일 먼저 착용해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도 VVIP의 특권 중 하나다.

한 명품시계 브랜드 관계자는 “매년 10억원 이상씩 꾸준히 구입하는 VVIP가 몇 명 있다”며 “이들에겐 그에 상응하는 최고급 대우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 매장 매니저와 VVIP 간에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매출이 저조한 월말에 매니저가 전화를 걸면 “얼마 부족한데?”라며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씩 결제해주는 VVIP도 있다고 한다.

한 명품 브랜드 매장 매니저는 “문화 강연, 예술품 경매, 골프 라운딩, 패션쇼 등 다양한 방식으로 VVIP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며 “꾸준히 제품을 사가는 진짜 VVIP는 브랜드마다 모셔가기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