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신중해진 한은… 추가인상은 하반기?
다음달 말 임기를 마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의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은 동결이었다. 시장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이 총재는 경기회복세는 여전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 통상압박,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에 우려를 나타냈다. 시장에선 “이 총재의 경기 판단이 신중해졌다”며 “올 상반기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늘었다.

두 번 연속 금리 동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연 1.50%인 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말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통화정책의 방향을 틀었지만 올 1월에 이어 두 번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금통위원 전원이 금리 동결 의견을 냈다. 이번 금통위는 다음달 말 임기를 마치는 이 총재가 주재하는 마지막 금리 결정 회의였다.
금리인상 신중해진 한은… 추가인상은 하반기?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선 전문가 10명 중 9명꼴로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한은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내외 경제 환경을 감안했을 때 아직 추가 금리 인상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무엇보다 통화정책 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물가가 여전히 낮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전년 동기 대비)로 한은의 물가 목표(2%)를 한참 밑돌았다.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도 높아져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태양광패널,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데 이어 수입 철강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다.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인 수출마저 둔화시킬 수 있는 악재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로 1만여 명의 노동자가 실직 위기에 처했다. 회복 조짐을 띠던 소비자심리지수마저 올 2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이후 열린 설명회에서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또는 미국의 통상압박 강화는 한국 경제 성장의 하방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번 사태가 확대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경제주체의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리 인상, 올 하반기로 늦춰지나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한은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는 연 1.25~1.50%로 한국과 상단이 같다. 시장의 예상대로 다음달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2007년 8월 이후 10년7개월 만에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

당장 해외 자금이 한국 금융시장을 대거 이탈하진 않더라도 역전 폭이 확대되거나 장기화하면 국내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 횟수를 최대 네 차례까지 보고 있어 한·미 금리 역전은 갈수록 심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은 커졌지만 당장 자본유출 우려는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상당한 수준이고 경상수지도 상당폭의 흑자가 지속돼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며 “외국인 채권 자금에서 소위 장기투자 행태를 보이는 공공자금 비중이 높다”고 했다. 미국 금리 인상 횟수와 관련해서는 “점도표(금리 전망에 대한 미국 중앙은행 위원들의 견해를 점으로 표시한 것)를 보면 지금으로서는 아직 세 차례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선 이날 이 총재의 경기 판단 발언 등을 놓고 “오는 5월 추가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지만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발언을 분석해보면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며 “추가 금리 인상은 7월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 5월 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가팔라진 금리 인상 일정에 보조를 맞춘다는 차원에서 올 2분기가 인상 시점으로 적절하다”며 “추가 금리 인상은 차기 한은 총재가 두 번째로 금통위를 주재하는 5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