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는 4월께 10조원 안팎의 사상 최대 법인세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정부가 만 65세 이상 노인 500만여 명에게 월 20만원(9월부터는 25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 예산 9조8399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기업들이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추면 해당 국가의 재정과 국민 복리도 튼실해진다는 평범한 경제상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3조6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는 올해 7조5000억원가량을 국내 법인세로 낼 것으로 추산된다. 단일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으로는 역대 최대다. 2016년 기준 전체 법인세수(52조1000억원)의 14.4%에 해당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법인세를 5조4780억원으로 재무제표에 분류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에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이익(15조1500억원)을 거둔 만큼 연간 법인세는 7조원대 중반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금액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사업장 전체에서 부담하는 법인세액(약 13조원)의 60%에 해당한다.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올리는 매출 비중은 10% 미만이지만 세수 기여도는 그 여섯 배가 넘는 것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법인세 10조 낸다… '기업 성장이 국부' 재확인
지난해 13조72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SK하이닉스도 올해 2조5000억원 안팎의 법인세를 낸다.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연간 법인세 납부액 2조원을 넘어서는 기업이 된다. SK하이닉스가 2014년 이전까지 법인세를 거의 내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2조원대 법인세 납부는 더 놀랍다는 평가다.

1983년 현대전자로 출발한 SK하이닉스는 계속된 경영난으로 1995년 한 차례 법인세를 내고 이후 18년간 법인세를 낼 수 없었다. 반도체 경기가 좋아 몇 년씩 영업이익을 낸 때도 있었지만 한때 수조원에 이른 누적 손실을 먼저 처리하느라 납부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2012년 2월 SK그룹이 인수하면서 경영권이 안정되고 반도체 경기도 호전되면서 그간 손실을 털고 2014년부터 법인세를 낼 수 있었다. 그해 SK하이닉스는 법인세 8390억원을 내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법인세 납부 3위 기업에 올랐다.

2012년 3조3000억원의 계열사 자금을 들여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사상 최대 법인세 납부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임직원을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2011년 매물로 나왔을 때만 해도 생존을 장담하기 힘들던 SK하이닉스가 이제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으로 성장한 것은 한국 기업사에 큰 의미가 있다”며 “기업의 성장이 국부(國富)의 원천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투자액 10조3000억원의 대부분을 충북 청주 3차원(3D) 낸드플래시 공장 신축 등으로 국내에 풀었다.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95%가 세금과 토목 공사, 장비 구입 등을 통해 국내 다른 경제주체들로 흘러들어갔다.

업계는 오는 4월 확정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 납부액 합계가 최소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양사가 낸 법인세(3조4520억원=삼성전자 3조1453억원+SK하이닉스 3067억원)의 세 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두 회사가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도 약 49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세 배로 불어났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