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규제 방침에 따라 가상화폐 관련 가상계좌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일부 은행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실명 확인 입출금 서비스 도입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0일 가상화폐거래소 세 곳(빗썸, 코빗, 이야랩스)에 공문을 보내 기존 가상계좌에 대한 정리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고 12일 밝혔다. 오는 15일부터는 신한은행의 기존 가상화폐 관련 가상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출금은 가능하지만 입금은 중단된다. 사실상 기존 가상계좌를 통한 추가 거래는 불가능해진다. 농협은행 역시 기존 가상계좌 해지를 검토 중이다.

또 신한은행은 오는 19일 도입하려던 ‘가상화폐 거래용 실명 확인 서비스’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실명 확인 입출금 시스템은 개발했지만 가상화폐 거래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점을 감안해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부 지침 및 가상화폐 거래 시장 추이를 보면서 도입 여부를 다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도 같은 이유로 실명 확인 입출금 서비스 도입을 연기하기로 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결정은 정부의 추가 지침이 나올 것을 감안해서다. 금융당국은 당초 12일께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업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가상화폐거래소 관련 은행권 현장점검이 오는 16일까지로 연장돼서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선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에 섣불리 시스템을 도입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오후 가상화폐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한 6개 은행 담당임원을 소집해 이런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가상화폐 관련 대책 중 하나로 은행권에 실명 확인 입출금 서비스 도입을 제안한 상태다. 거래자의 실명계좌와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동일 은행 계좌에만 입출금을 허용해 주는 식으로 운영하라는 지침이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를 취급하지는 않지만 실명 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준비해온 국민은행이나 KEB하나은행 역시 향후 정부 지침을 보며 도입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국내 카드사 여덟 곳도 해외 가상화폐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할 수 없도록 신용·체크카드 거래를 중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