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무게 이기지 못하고 축사 건물 무너져…닭 1만5천마리 잃어 "살길 막막"

"감기 걸리지 말라고 겨우내 닭 축사에 기름을 펑펑 땠는데 눈 폭탄 때문에 모두 다 잃었습니다"
AI 막아냈는데 눈폭탄·강추위에…설상가상 무너진 양계 귀농인
전남 함평군 손불면에서 식용 닭을 기르는 귀농인 김선관(49) 씨는 12일 농장 쉼터 탁자에 놓인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 소독필증을 바라보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AI 막는다고 축사 소독과 방역에 온 힘을 쏟아부었는데 난데없는 눈과 강추위에 애써 키운 닭들을 잃어버렸다.

하늘이라도 뚫린 듯 사흘 전부터 눈이 쏟아지더니 지난 10일 닭 1만5천800마리 보금자리인 축사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눈은 김씨가 손수 치우거나 축사 열풍기 온기에 녹아내릴 새도 없이 쌓였다.

목조슬레이트 축사 건물은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를 버티지 못해 주저앉았다.

닭들이 모여있는 축사에는 쓰러진 벽체와 갈라진 지붕 틈바구니로 밤이면 영하 10도를 밑도는 냉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부화한 지 보름 남짓한 어린 닭들은 대부분 추위를 버티지 못하고 얼어 죽었다.

닭들은 체온을 나누며 긴 겨울밤을 이겨내려 했는지 바닥과 벽체가 이어지는 구석마다 사체가 한데 엉클어져 있었다.

용케도 이틀 밤을 지새우고 살아남은 닭들은 차가운 축사 바닥을 피해 사체 더미 위로 모여 앉았다.
AI 막아냈는데 눈폭탄·강추위에…설상가상 무너진 양계 귀농인
작은 날개로 발버둥 치는 살아남은 닭들 머리 위로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맺혔다.

김씨는 아비규환으로 변한 축사를 둘러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2016년 12월 24일 귀농한 김 씨는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를 닭으로 키워 내다 판 지 일곱 차례 만에 불행을 만났다.

손에 익지 않은 일을 배워가며 아침저녁 사계절 닭들을 보살폈지만, 허사로 돌아가게 됐다.

추위가 찾아오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AI 위협으로부터 닭들을 지키고자 농장 쉼터에서 먹고 자며 집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건물 손해 보험을 따로 들지 않았다는 김씨는 망가진 축사를 허물고 새로 짓는데 1억5천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짐작한다.

귀농 전 컴퓨터 판매점을 운영한 그로서는 손에 쥐어보지 못한 큰돈이다.
AI 막아냈는데 눈폭탄·강추위에…설상가상 무너진 양계 귀농인
김씨는 "행여나 AI라도 옮을세라 농장 초입에 석회 가루도 뿌리고 소독약도 꼬박꼬박 쳤는데 눈에 이렇게 당할지 몰랐다.

허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가 도와줘서 새 축사를 짓는 돈이라도 저금리로 대출받았으면 좋겠다"며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전 전남도내에서는 함평과 영광지역 비닐하우스 4동이 무너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또 함평에서는 축사 2동, 강진은 인삼시설 1동, 무안은 퇴비공장 1동이 폭설로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전남도는 이날 오전 현장을 확인하고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