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드라마·1인 방송… 미디어가 된 유통사들
롯데마트는 지난달 ‘한우 데이’에 맞춰 웹 드라마 한 편을 내놨다. ‘한참은 더 따듯할 우리의 날들’이란 제목의 3분26초짜리 짧은 동영상이었다. ‘진심한우’란 브랜드 홍보가 목적이었다. TV 방송이 아니라 롯데마트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튜브에 올렸다. 한 달 만에 이 웹 드라마를 본 횟수는 550만 건을 넘었다. 페이스북 공유 횟수는 3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노골적인 상품 홍보 대신 한우를 소재로 한 애틋한 가족의 사연을 잔잔하게 담아낸 게 큰 호응을 이끌었다.

◆CJ오쇼핑 모바일 생방송 개국

웹 드라마·1인 방송… 미디어가 된 유통사들
유통업체들이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 방송광고 등을 통하지 않고 웹 드라마나 방송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해 직접 소비자들과 소통하려는 시도다.

롯데마트는 웹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이달 초 속편 격인 ‘아빠가 여기 있단다’를 내놨다. 이달 말에는 ‘건강이 모든 것(Health is Everything)’이란 주제로 세 번째 웹 드라마를 공개할 계획이다. 회사의 비전을 드라마로 공개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다.

CJ오쇼핑은 기존 홈쇼핑 방송과는 다른 형태의 모바일 전용 생방송 ‘쇼크라이브’를 20일 개국했다. 이 회사의 온라인 쇼핑몰 ‘CJ몰’에서 볼 수 있다. 10~20대가 많이 보는 인터넷 방송처럼 구성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나와 상품을 소개하고 써 보는 식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 9시에 방송하는 ‘뷰티 플레이어’는 콩슈니, 듬아, 꽁지, 쏭냥, 민가든 등 유튜브에서 유명한 5명이 나와 화장법을 알려주고 상품을 선전한다.

LF몰은 지난 9월 온라인 동영상 쇼핑 채널 ‘냐온’을 열었다. 예능인 붐이 MC로 나온 ‘붐붐카페’를 간판 프로그램으로 내세웠다.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은 연예인이나 유명 셰프, 인기 블로거를 출연시켜 상품을 설명하는 형태의 ‘티비온’을 지난 3월부터 시작했다.
웹 드라마·1인 방송… 미디어가 된 유통사들
◆정용진은 자체가 미디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기업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그 자체가 미디어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4만여 명에 이른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관심사뿐 아니라 곧 공개할 신제품 정보까지 올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티저 마케팅’을 인스타그램에서 펼치기도 한다. 지난 19일에도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이마트 자체브랜드(PB) 피코크의 ‘스크램블 베이컨 볶음밥’ 사진을 게시했다. 이달 초에는 피코크 티라미수 홍보 영상을 줄줄이 올렸다. ‘피코크 타임, 서현을 춤추게 한 피코크 티라미수’란 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정 부회장의 홍보 덕분에 현재까지 조회 수가 188만 건을 넘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도 최근 새로운 상품이나 롯데마트의 주요 행사를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다. 댓글에 하나하나 답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확인한다. 지난 13일에는 롯데마트 PB 요리하다의 ‘백년짜장’ 출시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렸다.

◆젊은 소비자를 향해

기업들이 직접 미디어로 자리잡으려는 목적은 젊은 소비자와 소통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온라인 동영상을 소비하는 주된 연령층은 10~20대. 이들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잘 오지 않는 세대다.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로 접점을 넓히는 게 목적이다.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재미’와 ‘감동’이 있다고 생각하면 젊은 세대는 이 콘텐츠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공유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