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이 담긴 정부의 ‘2017 세법개정안’을 경제계는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개혁을 위해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기업의 세 부담이 급격히 늘면서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렇다고 대놓고 반발할 수도 없어 냉가슴을 앓고 있다. 경제계는 공개적인 불만을 표시하는 대신 국회 차원에서 조율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재계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우등생 벌주기"
대한상공회의소는 2일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후 “소득주도 성장 등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잘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 방안에 결론을 도출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과감한 규제개혁과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등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정부와 국회에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소기업의 최저임금 인상 추가 부담에 대한 세액공제 등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제단체가 에둘러 불만을 나타냈지만 기업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협력사 상생 협력,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사회적 책임을 ‘자발적으로’ 실천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세 부담까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닻줄을 풀어 항해를 시작해야 할 때 줄을 묶어버린 격”이라며 “조세저항이 적다는 이유로 진지한 고민 없이 ‘대기업 갹출 형식’으로 세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반발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우등생 벌주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거대기업에 추가적으로 과세하기 위해 법인세 구간을 신설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며 “기업에 대한 징벌적 과세”라고 지적했다.

법인세 인상이 단순히 기업 부담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협력사와 근로자는 물론 소비자, 주주들로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당장 국외에서 번 소득을 해외에 쌓아두고 현지에 법인세를 내는 회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