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가(家) 오너들이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 주식을 속속 정리하고 있다. (주)LG 주가가 주력 계열사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오르자 약속한 듯 현금화하고 있다. 범LG가 주주들은 올 들어서만 (주)LG 보유 지분 처분을 통해 1000억원가량을 확보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그룹 방계인 희성그룹 구본식 부회장의 장남 구웅모 씨와 딸인 연승·연진씨가 이달 들어 (주)LG 43만5000주(0.25%)를 장내에서 팔아 325억원을 현금화했다. 이번 매도로 구 부회장의 세 자녀가 가진 (주)LG 지분은 모두 합쳐 89만 주(0.51%)로 줄어들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구훤미 씨는 올 상반기에 (주)LG 주식을 팔아 265억원가량을 마련했다. 그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여동생으로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의 장모이기도 하다. 구씨의 자녀인 김선정·서영·서은씨도 같은 기간 11만9000주를 매도했다.

구 회장의 고종사촌인 이욱진 씨도 (주)LG 주식을 장내에서 대량으로 팔아 272억원가량을 손에 쥐었다. 이씨가 보유한 (주)LG 지분은 109만1765주(0.63%)로 줄었다. 구 회장의 사촌인 구본길 희성전자 사장도 4만 주가량을 정리했다.

올 들어 (주)LG 주가가 5만원 후반에서 8만6000원까지 뛰자 범LG가 주주들이 잇따라 주식을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LG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등 계열사 실적이 대폭 개선된 데다 지주회사 매력까지 부각돼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 21일 종가는 고점보다 11%가량 내린 7만5800원이다.

(주)LG 대주주는 유독 많은 편이다. 최대주주는 구본무 회장(11.28%)이며, 공동보유자 35명이 32.06%를 나눠 갖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LG그룹 경영권이 구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 (주)LG 상무로 승계되는 과정에서 범LG가 주주들이 보유지분을 단계적으로 정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희성그룹 등 범LG 계열 기업도 각각의 승계 문제가 걸려 있다”며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보유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