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결국 ‘반쪽짜리’로 출범하게 됐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하는 혁신 은행이 아니라 사실상 기존 은행이 운영하는 또 하나의 은행으로 첫 인터넷은행인 K뱅크가 3월 문을 연다. 산업자본의 은행 경영 참여를 제한한 은산(銀産)분리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은행법 개정안 처리가 더불어민주당 등의 반대로 물 건너가서다.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4%로 제한하고 있어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주도적으로 경영할 수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학영 민주당 의원 등은 2일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토론회를 국회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야당 측은 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가 될 것이라며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했다.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금융이 재벌의 금고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은산분리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K뱅크 설립을 이끈 KT는 은행 경영을 주도할 수 없다. K뱅크는 다음달 본격 영업을 앞두고 700여명의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 등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2000년 전후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거나 아예 없애 다양한 인터넷은행이 등장했지만 한국은 15년 넘게 논쟁만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