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하나 임원 교체 최대 폭…신한도 발탁 인사
두 계단 특진에 승진 연한 축소…여성도 계열사 대표 선임
대규모 인사로 조직에 활력…성과만 강조되면 부작용 가능성


은행권에 성과주의 열풍이 불고 있다.

성과를 제대로 보여준 간부들의 임원 승진이 잇따르고 있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은행권에서 두 계단 특진하는 발탁인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은행권에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2년 임기도 보장하지 않겠다는 싸늘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본부장의 40%를 교체했다.

창립이래 최대 규모다.

영업실적이 뛰어나고 직원과의 공감 능력이 있는 영업점장들이 본부장으로 대거 승진했다.

은행장과 상임감사를 제외한 임원 62명 중 26명(41.4%)이 승진했다.

50대인 한준성·정정희·장경훈 전무가 각각 승진해 부행장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한준성 부행장은 50세, 장경훈 부행장은 53세로 50대 초반이다.

한 부행장은 핀테크 등 은행의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부행장으로 선임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능력과 성과중심의 인사문화를 정착시키고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본부장 인사를 크게 했다"고 말했다.

조선·해운에 대한 부실 여신 탓에 올해 1조원 넘게 충당금을 쌓은 농협은행은 부행장의 80%를 물갈이하는 대대적인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부행장보를 포함한 11명의 부행장 가운데 80%가 넘는 9명을 교체했다.

2012년 3월 출범 이래 가장 큰 폭의 임원급 인사다.

은행의 모회사인 농협금융은 계열사 사장 인사를 하면서 통상 2년간 보장했던 임기를 1년으로 단축했다.

1년간의 성과를 본 후 연장 여부를 타진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은행의 이성권 부장을 NH선물의 사장으로 발탁했다.

통상 상무급(부행장급) 인사 중에서 계열사 대표이사를 선임해 왔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내년 은행권의 경영환경은 국내와 국외, 전방위에 걸쳐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임원들의 성과를 측정해 재신임을 묻거나 성과가 뛰어난 인물을 발탁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이기준, 허영택, 우영웅 은행 부행장보와 SBJ은행(일본에 있는 신한은행 현지법인) 진옥동 법인장을 부행장으로 내정했다.

이중 진 법인장은 이례적으로 두 계단 승진했다.

진 부행장은 SBJ은행의 순이익을 많이 증가시킨 점을 인정받아 발탁됐다.

SBJ은행의 세전 당기순이익은 2014년 28억4천만엔에서 2015년 62억1천만엔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올해도 10월 말 현재 57억5천만엔의 순이익을 기록해 최고실적 경신을 눈앞에 뒀다.

박우혁·주철수·고윤주·김창성 본부장은 승진해 신임 부행장보로 내정됐다.

인사 대상자인 14명의 부행장급 임원 가운데 8명이 승진했고 이 중 5명은 새롭게 임원에 편입한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성과주의 강화 차원에서 성과와 역량이 탁월한 인사에 대해 통상 2년이 소요되는 부행장보 직급에서 1년 만에 부행장으로, 상무급 해외법인장을 부행장으로 전격 승진 발탁했다"고 말했다.

앞서 KB금융은 금융지주 최초로 여성을 계열사 대표로 내정했다.

신용정보회사의 수익성 악화 등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영업통으로 잔뼈가 굵은 김해경 KB신용정보 부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임원의 임기를 1년만 보장하는 등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분위기는 자칫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임원의 임기를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단시간 내에 성과를 보여주려는 욕구 때문에 직원들을 다그치게 될 테고 이는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