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10년 이상 근무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하자 2800여명이 몰렸다. 2만명 수준인 전체 직원의 14%에 달하는 인원이다. 일선 영업점 창구에서 일해 온 30~40대 여성 행원과 매년 급여가 줄어드는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뒀거나 이미 적용받고 있는 50대 초·중반 남성 직원이 대거 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800명 몰린 국민은행 희망퇴직…전직원의 14%
국민은행은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한 결과 28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발표했다.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2010년(3244명) 이후 최대다. 지난해 국민은행이 시행한 희망퇴직 인원(1121명)보다는 2.5배나 많다.

인터넷·모바일뱅킹 확산으로 영업점이 줄어드는 가운데 은행 간 경쟁 심화로 은행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 대규모 희망퇴직 신청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금피크제 대상이 아닌 직원에게는 퇴직금을 빼고 최대 36개월치를 위로금으로 일시에 지급하기로 한 것도 퇴직 신청자가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2800명 몰린 국민은행 희망퇴직…전직원의 14%
국민은행에 따르면 50대 초·중반 부장급 신청자는 평균 5억원을 웃도는 퇴직일시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과·차장급 이상이 다수인 2800여명의 평균 퇴직금은 2억~4억원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희망퇴직 인원이 크게 늘어난 것은 신청 자격을 확대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30~40대 여성과 임금피크제 적용을 몇 년 앞둔 남성 은행원이 대거 희망퇴직을 신청했다는 게 국민은행 분석이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한 국민은행 직원은 “내년 이후 인력 감축 폭이 커질 수 있는데, 특별퇴직금 등의 퇴직 조건은 지금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접수한 희망퇴직 신청자에 직원들이 대거 몰린 이유로 불안한 은행업 전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성과평가가 꾸준히 강화되면서 승진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급증한 영업 부담도 희망퇴직을 늘린 요인이다.

2800여명인 희망퇴직 신청자의 절반 이상은 영업점에 근무하는 30~40대 여성 은행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많은 영업창구 직원이 퇴직금과는 별개로 최대 36개월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받을 수 있는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 같다고 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등으로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영업 압박도 작용했다는 시각이 있다.

이번 희망퇴직 신청자 중에는 수차례 승진이 누락됐거나 승진 가능성이 적은 직원이 많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내년 초 본격 영업을 시작하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금융+기술) 확산 등으로 은행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영향도 있다.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은행들은 영업점을 줄여나가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챗봇(채팅 로봇)이 상담 업무 등을 맡게 되면서 은행원의 입지는 계속 축소되고 있다.

내년 이후 은행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판단한 신청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인력 감축이 확산되면 특별퇴직금 등 희망퇴직 조건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이다.

국민은행은 이번 희망퇴직 조건으로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에게는 최대 27개월치, 일반 직원에게는 최대 36개월치의 위로금을 지급한다. 퇴직금은 별도다. 총퇴직금 기준으로 부장급 희망퇴직 신청자에겐 5억원 이상이, 과·차장급은 평균 2억~4억원이 지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할 때마다 커피집이나 치킨집만 수두룩하게 생긴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