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레벨 업' 조성진에 거는 기대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지난 1일 LG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공업고를 졸업하고 LG그룹에 입사한 지 만 40년 만에 ‘월급쟁이 최고봉’에 오른 조 부회장의 스토리에 많은 이가 감동하고 있다. 기자는 조 부회장에 대한 몇몇 일화를 기억한다.

2014년 초 전자업계 출입을 시작한 첫날 아침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서관 앞에서 소위 ‘뻗치기’(무작정 취재원을 기다리는 일)를 하고 있었다. 출근하는 LG전자 사장들에게 인사하고 명함을 받기 위해서다. 그때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가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낡아 보이는 재킷을 입은 거구의 사내가 내렸다. 트렁크에서 가죽가방을 꺼내는데 몇 년을 썼는지 가방 밑이 다 헤질 정도로 닳아 있었다. 다가가 인사하자 그는 정중히 받아줬다. 머지않아 식사 약속도 잡았다. 그가 조성진 사장이었다.

조 사장의 최종학력이 용산공고 졸업이란 걸 안 것은 며칠 뒤였다. 그 후 몇 차례 취재 현장과 식사자리 등에서 만났다. ‘고졸’이란 편견은 그를 만날 때마다 깨졌다. 전공분야인 세탁기는 물론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해박함에 매번 놀랐다. 그는 그런 걸 설명하면서도 자신보다 스무 살 이상 어린 기자에게 단 한 번도 하대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다.

일 얘기만 한 건 아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그가 직장생활 대부분을 보낸 창원공장에서 주로 마셨다는, 조 사장의 시그니처인 ‘창원폭탄주’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소주와 맥주를 1 대 1 비율로 섞어 꽉 채운 잔을 각자가 마시고, 제일 늦게 마신 사람은 한 잔을 더 마셔야 했다. 한 번도 기억을 유지한 채 집에 간 적이 없다. 다음 날 오전 6시께 조 부회장이 직원들에게 업무 메일을 보냈다는 얘기는 나중에 들었다.

그의 고졸신화 스토리는 좀 식상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공고를 나온 학생이 만 40년 직장생활 끝에 세계 굴지의 회사 부회장이 됐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잘 안 간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담아 축하를 보낸다.

신기한 기술이 쏟아지는 세상이다. 하지만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만 보면 가전만 한 게 없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힘들고 고된, 그리고 반복되는 가사노동에 붙잡혀 있다. 그가 스타일러와 트윈워시를 선보였듯 혁신적인 가전을 더 많이 내놓으면 좋겠다. 고졸 신화를 써낸 그가 LG전자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길 기대한다.

남윤선 IT과학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