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이 있었기에… > 1983년 경기 기흥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을 찾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앞줄 왼쪽 네 번째)와 이건희 삼성 회장(세 번째). 한경DB
< 이날이 있었기에… > 1983년 경기 기흥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을 찾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앞줄 왼쪽 네 번째)와 이건희 삼성 회장(세 번째). 한경DB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삼성전자가 1980년대 초 반도체에 도전하던 무렵, 당시 연구원이었던 권오현 부회장과 김기남 사장, 전동수 삼성전자 사장 등이 매일 아침 외치던 ‘반도체인의 신조’ 1조다.

삼성전자가 6일 42주년 반도체 진출 기념일을 맞았다. 1974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사재를 털어 우리나라 1호 반도체회사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던 날이다. 42년 전 어렵사리 출범한 삼성 반도체는 D램 시장 50%(3분기), 낸드 시장 44%(2분기)를 차지하는 등 신화를 쓰고 있다.

D램은 1970년 인텔이 개발했다. 이후 10여년간은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미국의 전성기였다. 1980년대는 일본 NEC 히타치 도시바 등이 시장을 휩쓸었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이 무렵이다. 여기엔 이 회장의 선견지명이 있었다.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이 회장은 “수많은 기계를 뜯어봤는데 그 안에는 하나같이 반도체가 있었다”며 이병철 선대회장을 설득했다. 이 선대회장은 1983년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투자를 본격화했다.

삼성은 미국 마이크론, 일본 샤프 등에서 기초 기술을 배워 그해 말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제품을 팔기 시작하자 1986년 TI는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그해 영업이익의 80%가 넘는 8500만달러를 배상금으로 물어냈다. 1987년 이 선대회장이 타계하자 일부 참모가 반도체 포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반전이 이뤄진 건 1992년 64메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부터다. 그해 D램 세계 1위가 됐다. 이듬해엔 메모리 업계 정상을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질주하자 해외 업체들은 합종연횡을 했다. 유럽 업체들이 합병해 만든 키몬다는 2009년 파산했다. 일본 기업들이 합작해 세운 엘피다는 2012년 마이크론에 인수됐다. 치열한 치킨게임은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삼성 반도체는 올해 하는 것마다 신기록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의 D램 점유율은 50.2%다. 50%를 넘은 건 사상 최초다.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모바일 D램에선 64.5%로 더 높다. 비결은 기술이다. 경쟁사들이 20나노미터(㎚)대에서 멈춰 있는 가운데 삼성은 18㎚ D램을 양산하고 있어서다. 낸드 플래시에서도 3차원(3D) 낸드를 앞세워 독주 중이다. 지난 2분기 낸드 점유율은 44.1%로 원조인 도시바(26.3%)를 훌쩍 앞선다. 양사는 2013년까지만 해도 36.4%, 34.3%로 비슷했지만 2013년 말 삼성전자가 3D 낸드 개발에 성공한 뒤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메모리 사업에서만 매출 9조8600억원을 이뤄냈다. 하루 매출이 1000억원이 넘는다. 4분기엔 10조원 돌파가 무난할 전망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