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문가 "수익 안 나는데 무리하게 베팅"…신세계 "내달 초 결론"

지난 8월 본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던 코엑스몰 운영권 협상이 두 달 넘게 난항에 빠지면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강남벨트' 구축의 꿈이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신세계는 그동안 현대백화점그룹의 아성이던 삼성동 한복판에 쇼핑몰 사업권을 획득해 하남 스타필드-삼성동 코엑스몰-반포 센트럴시티를 잇는 '강남권 벨트'를 구축한다는 복안이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7월 예상을 깨고 코엑스몰 운영권 입찰에 단독 참여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애초 본계약 체결 예정이던 8월 17일을 두 달 넘게 넘기고서도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다.

표면상의 이유는 본계약에 앞서 진행하는 실사 기간이 연장됐기 때문이라지만 진짜 이유는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서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코엑스몰의 주인인 무역협회는 코엑스몰 운영권 입찰을 진행하면서 입찰 의향이 있는 기업들에 600억 원의 최저이익보장금액(MRG)을 제시했다.

선정된 사업자가 매년 600억원 이상을 무역협회에 임대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코엑스몰 임대수익은 500억원대 초반에 불과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현대백화점그룹의 한무쇼핑과 애경그룹의 AK S&D는 응찰 자체를 포기했다.

이중 특히 한무쇼핑은 신세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코엑스몰을 운영해오던 곳이라 이번에도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꼽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신세계만 단독 응찰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충분한 사업성 검토가 없었던 탓인지 신세계가 무리하게 응찰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일각에서는 최근 복합쇼핑몰 사업에 꽂혀있는 정 부회장이 코엑스몰 운영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지가 워낙 강했던 탓에 사업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베팅'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정확한 MRG 규모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베팅'을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지금 상태대로라면 매년 100억 원 가까운 적자를 면키 어려운 구조라 선뜻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만약 신세계가 단독으로 응찰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도 합당한 이유 없이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입찰보증금의 5%를 돌려받을 수 없도록 돼 있어 정 부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재곤 신세계그룹 홍보팀장은 "입찰금액 등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기 어려우며 실사 기간이 연장돼 본계약이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11월 초쯤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