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된 주담대 80%, 은행이 담보주택 경매 처리
4년간 5만채 경매나와

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 모(55) 씨는 2010년 5월 아파트를 사면서 농협에서 주택담보대출 5억3만원을 받았다.

10년 거치하고 20년간 분할상환하는 조건이었다.

5년간 대출 이자를 꼬박꼬박 갚아온 이씨에게 지난해 위기가 왔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벌인 개인사업이 어려워져 갑자기 이자 갚을 돈이 없어져서다.

이씨가 은행 이자를 내지 못한 기간은 단 두 달.
이후 은행과 협의해 연체금을 갚았지만, 은행은 연체가 있었다면 대출금을 전액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들어 담보인 아파트를 압류했다.

그는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1년여간 은행을 상대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씨는 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현행 담보권 실행 제도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는 "살림이 잠시 어려워 이자를 두 달 연체한 것"이라며 "늦었지만 연체이자를 모두 갚은 상황에서 살던 집까지 내놓아야 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씨뿐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2015년 담보권이 실행된 대출은 모두 3만517건이다.

2∼3개월 연체 후 담보권이 실행된 대출이 29%(8천559건)로 가장 많았고 3∼4개월 연체가 6천135건(20%)으로 뒤를 이었다.

절반 가까이가 연체 4개월 이내에 담보권이 실행된 것이다.

연체 기간이 1년을 넘어갔을 때 담보권이 실행된 경우는 12%(3천578건) 정도였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 가운데 80%에서 담보권이 처리됐다.

2012∼2015년 주담대 부실채권 6만4천870건 가운데 담보 처리된 채권이 5만1천243건이다.

은행이 4년간 5만여 채를 경매에 부쳤다는 뜻이다.

이 중 3분의 2는 은행이 직접 주택을 경매하고 나머지는 자산관리회사(AMC)에 매각한 후 경매에 들어갔다.

이 기간 담보 처리된 주택담보대출의 43%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50% 미만인 우량채권이었다.

50% 이상∼70% 미만이 39%, 70% 이상은 18%였다.

제윤경 의원은 "이런 주담대 채권을 매각하면 손해를 보기보다 오히려 채권 원금과 이자까지 회수할 수 있다"며 "민간 AMC는 이자 회수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채권을 '할증 매입'까지 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부실채권이라는 이유로 담보권을 실행하거나 매각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제 의원은 "은행 리스크관리 차원에서도 담보권을 실행하기보다 채권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유명무실한 프리워크아웃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사전채무조정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외국 사례와 비교해 봤을 때 기한이익 상실 기간인 2개월이 짧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프리워크아웃제도가 얼마나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