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 가계가 해외에서 쓴 돈이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늘어나며 사상 최대치로 불어났다. 부진한 내수 경기와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소비로 지출한 금액은 13조6079억원으로 작년 상반기(12조2977억원)보다 1조3102억원(10.7%)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지출액이다.

이 같은 증가세는 해외여행이 활발해진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해외 소비액에는 가계가 국내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해외 물품을 구입한 ‘해외직구’나 외국 출장 등 업무로 쓴 돈은 들어가지 않는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여행을 다녀온 국민은 1063만69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2% 늘었다.
안에선 '꽁꽁' 나가선 '펑펑'…해외소비 '사상 최대'
외국인이 한국에서 쓴 돈도 상반기 8조7642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3488억원)보다 1조4154억원(19.3%) 증가했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급감했던 외국인 방문객이 다시 늘어나면서다. 하지만 외국인의 국내 소비는 내국인의 해외 소비보다는 적어 관광수지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 올해 1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0.2% 감소해 지난해 2분기(-0.1%) 이후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분기에 1.0%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개별소비세 인하 등 일시적인 정책의 효과가 컸다는 진단이다.

정부가 내수를 위해 국내 관광 활성화를 내걸고 있지만 해외여행 증가세를 멈추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6% 감소해 2014년 9월(-3.7%)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같은 달 출국한 국민은 208만6068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4.5% 급증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