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본입찰…현대百, SK, CJ 간 3파전 양상

글랜우드-NH 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이 매물로 내놓은 동양매직 인수전이 국내 대기업들의 참여로 한껏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4일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동양매직 본실사에는 현대백화점, SK네트웍스, CJ 외에 AJ네트웍스-스탠다드차타드 PE, 유니드 등 전략적투자자(SI)와 CVC캐피탈,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투자자(FI) 등 7곳의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수전은 현대백화점, SK네트웍스, CJ 등 국내 대기업 간 각축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선 현대백화점은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다른 경쟁 후보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양매직의 주요 사업인 가전 렌털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3개 대기업 인수 후보 가운데 현대백화점이 유일하다.

현대백화점과 함께 인수전에 나선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600억원을 출자해 '현대렌탈케어'를 설립해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의 렌털 사업과 각종 청소 서비스를 대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가전 렌털 사업과 업계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고, 동양매직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현대백화점은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2012년 인수한 가구업체 리바트와 협업하면 동양매직 인수를 발판으로 빌트인 가구·가전 시장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

백화점과 홈쇼핑 등 유통 채널을 통한 고객 확장 가능성이나 자금 동원력 면에서도 다른 SI보다 우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현대홈쇼핑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7천400억원이 넘는다.

가격 경쟁에서 다른 후보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셈이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의 보수적인 인수·합병(M&A) 성향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반면에 SK네트웍스와 CJ그룹은 다른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보다는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차원에서 동양매직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K네트웍스가 차량 렌털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가전 렌털 사업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SK네트웍스는 처음에는 동양매직 인수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가전 렌털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SK네트웍스는 2012년 웅진코웨이(현 코웨이) 인수전에서 숏리스트에 오르고, 작년에는 KT렌탈(현 롯데렌탈) 인수전에서 롯데그룹과 막판까지 경합하는 등 렌털 사업 확장에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동양매직 인수 시 계열사와의 연계 사업이나 마케팅 효과도 노릴 수 있다.

SK텔레콤의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한 스마트홈 주방 사업,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와 같은 유통 채널을 활용한 마케팅을 예로 들 수 있다.

1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으로 자금 동원 능력 면에선 SK네트웍스가 다른 후보들보다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그룹은 동양매직 인수를 계기로 신사업 진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J그룹은 주요 사업이 식음료, 극장, 홈쇼핑 등 거의 내수 소비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사업별로 시장 점유율이 40∼50%에 달하는 등 성장성이 대부분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동양매직은 신규 사업 발굴이 절실한 CJ그룹 입장에선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것이다.

동양매직 매출은 2013년 3천219억원에서 지난해 3천903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29억원에서 383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에비타(EBITDA,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같은 기간 494억원에서 692억원으로 증가했다.

김태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양매직은 업계 3위이지만 작년 렌털 가입자 수 70만 계정 달성에 이어 올해는 100만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 1, 2위 사업자의 얼음정수기 중금속 문제로 동양매직의 시장 점유율이 올랐고 그만큼 기업가치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코웨이 인수전에 나섰던 점과 이재현 회장이 올해 광복절 특사 혜택을 받은 점은 CJ그룹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게 하는 배경이 된다.

CJ그룹은 그동안 총수 부재 상황에서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베팅'을 과감하게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간 그룹 내부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를 더는 지체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퍼졌으나 사업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 등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작년 말 코웨이 인수전에서 중도에 물러난 것도 이 회장의 공백기에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양매직은 예상 매각가가 2조5천억원에 달하는 코웨이에 비하면 가격 측면에서도 CJ그룹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매물이다.

현재 동양매직 매각가는 올해 예상 에비타가 약 800억원인 점과 인수 후보 간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을 토대로 5천억∼6천억원 수준에서 거론되고 있다.

2천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연간 1천억원 이상의 현금창출 능력이 있는 CJ오쇼핑을 거느린 CJ그룹은 인수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매각 작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시너지 측면에서 현대백화점, 자금력 측면에서 SK네트웍스, 인수 의지 측면에서 CJ그룹이 조금씩 우위에 있는 것 같다"면서 "결국 오너의 인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가 이번 경쟁에서 성패를 가를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매직 매각 본입찰은 이달 말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