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프 탄핵에 웃는 브라질 채권 투자자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브라질 채권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브라질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브라질 채권은 표면이자가 연 10%에 달하는 비과세 상품으로 국내에서만 6조원어치 넘게 팔렸다.

◆상반기엔 ‘환율’이 밀고

지난 몇 년간 투자자의 속을 썩인 브라질 채권은 올 들어 ‘효자 상품’으로 탈바꿈했다. 연초 브라질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는 반년여 만에 40% 안팎의 평가이익을 냈다. 지난 1월을 기점으로 원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급등했고, 브라질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으로 채권값도 꾸준히 상승한 결과다.

브라질 채권의 가치는 헤알화 환율과 브라질 기준금리에 따라 결정된다. 환율이 중요한 것은 현지 통화로만 브라질 채권을 매입할 수 있어서다. 1일 KEB하나은행이 고시한 헤알당 원화 재정환율(달러화를 매개로 간접 계산)은 347원57전이다. 올해 저점인 1월22일 288원61전보다 20%가량 올랐다. 환차익으로만 20% 이상의 수익이 났다는 얘기다. 반대로 헤알화가 떨어지는 국면에는 앉아서 손해를 볼 수 있다. 2~3년 전 브라질 채권에 투자한 사람들이 ‘골탕먹은’ 배경도 환율이었다. 당시 헤알당 원화 환율은 400원이 넘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도 관심을 둬야 하는 포인트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기존 채권 투자자들은 금리 차이만큼 손해를 본다. 기준금리가 떨어질 때는 반대로 금리 인하 폭만큼 이익이 난다. 브라질 정부는 외화 이탈을 막기 위해 지난해까지 꾸준히 기준금리를 올려왔다. 현재 브라질 기준금리는 연 14.25%며 9개월째 동결된 상태다.

◆하반기엔 ‘기준금리’가 끌고

전문가들은 브라질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축된 투자와 소비를 되살리려면 금리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하의 최대 걸림돌인 물가도 조금씩 안정되는 분위기다. 연초 10%를 넘던 전년 동기 대비 물가상승률이 하반기 들어 7~8% 선으로 낮아졌다.

김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중앙은행이 연내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일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복병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브라질에서 글로벌 자금이 탈출해 헤알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채권값에 큰 영향을 주긴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미 노출된 재료인 데다 금리인상 속도도 빠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통화 가치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금리인하 효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브라질 채권을 중개한다. 10년짜리 채권을 기준으로 원금의 2~3%를 선취수수료로 뗀다. 채권 이자는 매년 1월과 7월 두 차례 헤알화로 지급한다. 투자자가 원하면 이자로 받은 헤알화를 브라질 국채에 재투자할 수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