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애플·도요타도 선택한 그린본드, 새 성장동력 '기후 시장' 선점하라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기금인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도록 하는 ‘파리협약’이 타결된 덕분이다. 이로써 2020년부터 선진국은 최소 100조원 이상을 개발도상국에 투자해야 한다. 전 세계의 관심이 GCF에 집중되는 이유다.

GCF는 인천 송도에 본부를 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관련 투자를 승인하기 시작했다. 이미 12조원의 재원을 확보한 상태다. GCF는 우리 기업에 좋은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에너지 효율 분야와 태양광, 물관리 사업 등 한국의 기후변화 관련 사업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도 한국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태양광 발전의 경우 몇 년간의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이제 경쟁력을 갖춘 선도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의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우리 기업의 관련 기술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GCF 등 글로벌 기후금융 지원 기금은 국가 리스크 보증, 후순위 대출, 지분 투자, 개발 지원 등 다양한 개도국 기후 변화 지원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랜 기간 GCF의 공식 외부기술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일본 독일 등 선진국 기업과 정부가 글로벌 기후금융을 활용해 자국의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 정부도 기후산업 육성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GCF 첫 투자 승인을 받은 페루 기후 적응 프로젝트에는 한국이 제안한 재생 에너지 공급 및 에너지 저장 사업 모델이 반영됐다. 환경부는 폐기물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 모델을 GCF 인증기구에 최초로 제안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신산업 관련 펀드조성 및 특별법 제정 등 본격적인 지원 기반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확보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필수 요소다. 파리협약에 따라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의 37%를 감축해야 한다. 이 중 11.3%는 해외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충당해야 한다. 만약 한국이 배출권을 그대로 구매한다면 매년 약 3조원의 비용을 써야 한다. 하지만 기후 투자를 통해 우리 기술을 수출하는 동시에 배출권도 확보한다면 배출권 확보 비용은 약 6분의 1로 줄어들게 된다.

최근 정부는 2020년까지 에너지 신산업에 총 4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 기반을 확대하면서 해외 진출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관점에서 기후 투자를 바라봐야 한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도요타와 애플은 최근 녹색채권(그린본드)으로 각각 1조5000억원과 1조8000억원을 발행했다. 유럽과 중국 해외 경쟁국이 기후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투자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김성우 < 삼정KPMG 기후변화·지속가능경영본부장 >